지난 주말, 경산시민회관에서 뮤지컬 '청의'를 관람했다. '청의'는 학생운동의 첫 출발이었던 2.28민주운동에 관한 내용으로, 당시 대구지역의 상황과 역사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뮤지컬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도 이 작품이 공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람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며 비대면 영상 촬영으로 변경됐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먼 거리지만 찾아가서 보게 되었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왠지 모르게 벅찬 감정이 계속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에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탄압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위에 나가기 직전, 학생들의 "죽으면 천국에서 만나고, 만약에 살아남으면 산에서 화전이나 일구며 살자"던 말과 2.28민주운동기념탑 앞에서 "나가자"고 외치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던 그때의 다짐은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린 학생들이 죽을 각오로 거리로 뛰쳐나갔던 그때의 상황을 상상하면 지금도 코끝이 시큰거린다.
작품을 보면서 생각했다. 2.28민주운동뿐만이 아니라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 많은 운동을 학생들이 주도하였는데, 만약 내가 그 시절에 살고 있는 학생이었다면 과연 앞장서서 거리로 나갈 수 있었을까? 대의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할 용기가 있었을까. 누군가는 그 시대에 살았다면 사회 분위기가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나서지 않았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잡이는 되지 않았겠지만, 학생운동의 선봉에 설 용기도 없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운동에 발 벗고 나선 학생과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낀다.
이것이 연극, 뮤지컬의 순기능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 처음 학생민주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공연을 보기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안에 얽혀있는 사회문제는 어떤 것들인지 등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또 공연 안에 2.28민주운동기념탑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있는 탑인지 공연 속에만 등장하는 허상의 탑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두류공원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기념탑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2.28민주운동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덕분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학생민주운동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고, 관련된 다른 시위들에 대한 정보도 공부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극작가로서 관객들 마음 한 구석에 작은 움직임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이 마음을 관객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나니 다시 한번 생각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기념탑도 들르고, 그때의 학생들이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2.28민주운동기념회관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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