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백신 격차사회'가 온다

입력 2021-06-10 16:18:46 수정 2021-06-11 06:06:35

8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광호 사회부 차장
서광호 사회부 차장

이스라엘은 오는 15일부터 학교를 제외하고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다 1만 명을 넘겼던 곳이지만, 지난 5일에는 4명에 불과했다. 중증 환자도 한때 1천288명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30여 명 수준으로 안정돼 있다.

예방 백신 덕분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화이자 백신을 들여와 접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체 인구의 55%가 넘는 513만여 명이 2회차까지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으로 점차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 푸껫도 7월부터 백신 접종을 끝낸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태국 정부는 내달 1일까지 푸껫 주민 70%가량이 접종을 완료하고, 집단면역을 형성한 뒤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을 통해 오는 3분기에 최소 1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는 코로나19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예방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가 간 이동도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백신을 접종한 입국자를 자가격리에서 제외하면서 해외 방문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내달부터 일부 국가에 대해 단체 해외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이달 9일까지 전체 인구의 17.8%가 1차 접종을 마쳤다. 특히 접종 대상을 확대한 지난달 27일부터 가파르게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다. 하루에 수십만 명이 의료기관을 찾아 백신을 맞고 있다. 이 추세라면 상반기 목표인 1천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의 일상은 백신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접종했느냐에 따라 각종 대우가 달라질 것이다. 이는 이달부터 현실이 되고 있다. 1차 접종만 마쳐도 가족 모임 제한에서 제외된다. 다음 달부터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2차 접종까지 마쳤다면 사적 모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백신 접종 여부가 생활 불편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 경제도 백신에 달려 있다. 백신을 하루빨리 맞아야 감염 공포에서 벗어나고, 지역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향후 정부가 준비 중인 재난지원금 지급과 맞물려 백신의 파급력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대대적인 소비 행렬을 맞이할 준비의 시작이 백신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백신을 먼저 맞게 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학원 강사는 학생들을 상대하고, 택배 기사는 대면 접촉이 광범위해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주도는 관광객이 늘어 지역민 감염 위험이 큰 데다 의료 체계 과부하가 우려돼 우선 접종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구의 접종률은 전국에서도 하위권이다. 젊은 층이 소극적이어서 앞으로 접종 대상을 더 낮은 연령으로 확대할수록 접종률이 떨어질까 우려된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의원과 약국 등 특정 대상들이 백신을 덜 맞고 있어서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바야흐로 백신 격차사회가 오고 있다. 늦은 순번의 나이대나 업종은 연말까지 감염 우려에 계속 시달리게 된다. 일상 복귀와 감염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백신으로 인한 격차는 커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생활은 물론 경제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백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푸껫이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는 토대가 자국민의 접종률이듯, 백신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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