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소비기한

입력 2021-06-03 05:00:00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식재료를 사려고 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유통기한'이다. 상품에 표시된 날짜를 확인하지 않고 구입해 오래 보관했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있어서다. 유통기한 표시제가 국내 도입된 1985년 이후 유통기한은 식품 등의 안전성과 관련해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로 인식돼 왔다.

유통기한(Sell by date)은 말 그대로 유통과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다. 특히 식품의 유통기한은 2007년 시행된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 기준에 따라 과학적 실험과 검증을 거쳐 정해진다. 이를 기준으로 제조사들은 섭취 가능 기간의 60~70% 선에서 제품 유통기한을 결정한다. 가령 두부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간이 10일이라면 제조 후 6, 7일을 유통기한으로 잡는 방식이다.

영양 보충제 등 해외 직구 상품에 흔히 EXP, 날짜 표기를 볼 수 있다. 이는 유효기간(Expiration dates)의 줄임말이다. 또 BB(Best Before)를 표시한 제품도 있다. '소비기한'을 뜻하는데 미개봉 상태에서 제대로 보관했을 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BB는 해당 시점까지 소비해도 무방하다는 권고이지 법으로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많은 식재료들이 수거돼 폐기 처분된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7천억 원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연간 600만t에 이르며 매년 평균 2.3%씩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기한이 지난 미개봉 식품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식약처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Use by date)을 표시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37개 OECD 국가 대부분이 시행 중인데 규정된 보관 조건에서 소비할 경우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포장을 뜯지 않고 제대로 냉장 보관하면 우유는 50일, 달걀 25일, 치즈 70일 정도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다.

물론 철저한 보관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데 낙농·우유업계가 제품 변질 등을 우려하는 것도 이런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는 유통기한 위주의 표시법에서 탈피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고 선택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또한 식품 안전에 관한 정확한 인식과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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