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 하듯 떠난 오리온스, 그후 10년… '대구 농구' 돌아왔다

입력 2021-06-03 16:08:13 수정 2021-06-03 20:24:37

가스공사, 전자랜드 인수 확정…출발부터 철저한 준비 필요
대구시민 사랑받던 오리온스 2011년 갑자기 경기 고양 옮겨…몰래 화물차 짐 싸서 떠나가
실내체육관 홈구장 가능성 커…리모델링 필수 20억 정도 들어
새 경기장 선정 市와 협의해야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가 지난 2011년 6월 14일 새벽, 전용구장인 북구 산격동 대구체육관 내 사무실의 짐을 빼 고양으로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가 지난 2011년 6월 14일 새벽, 전용구장인 북구 산격동 대구체육관 내 사무실의 짐을 빼 고양으로 '야반도주'하면서 겨울 프로 스포츠의 명맥이 끊어졌다. 매일신문DB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자리한 한국가스공사가 2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농구단 인수를 확정하면서 대구가 10년 만에 국내 3대 프로스포츠 도시로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프로농구단 대구오리온스가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겨울 스포츠 불모지가 되면서 그동안 지역에서는 농구, 배구 등 종목의 프로스포츠단 유치 및 창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일단 한국가스공사의 프로농구단 인수로 대구가 명목상 3대 프로스포츠 도시의 틀을 갖추게 됐으나 대구시민과 호흡하는 프로스포츠단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출발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 야반도주 사태 이후 다시 돌아온 농구

대구는 1997년 출범한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희노애락을 함께할 정도로 농구와 인연이 깊은 도시였다.

KBL 원년 멤버인 오리온스는 1998~1999시즌 충격의 '32연패'를 당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지만 당시 대구 시민들은 오리온스를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이에 힘입어 오리온스는 성적과 무관하게 10개 프로농구단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관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구 시민의 애정으로 오리온스는 2001~2002시즌 정규리그 및 플레이오프 통합 우승에 이어 이듬해 2002~2003시즌에서도 정규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 준우승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렸다.

2002년 4월 1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서울 SK를 누르고 우승한 대구오리온스 선수들이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02년 4월 1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서울 SK를 누르고 우승한 대구오리온스 선수들이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하지만 2011년 6월 14일 오리온스 구단은 느닷없이 경기도 고양시를 새 연고지로 정하고 '야반도주'하다시피 대구를 떠났다. 당시 매일신문은 몰래 화물트럭에 구단 짐을 싸 도망가듯 대구를 떠난 오리온스의 마지막 모습을 단독 보도하면서 오리온스를 사랑했던 대구 시민의 분노를 대신 표출하기도 했다.

이런 대구에 다시 농구단이 돌아온다. 아직 가스공사 측이 연고지에 대한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본사가 대구에 있고 인수 공식 발표에서 '대구 지역 사회 기여' 부분을 명시, 사실상 대구를 연고지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3대 스포츠 도시로 부상

연고지가 대구로 최종 확정되면 대구는 다시 3대(야구, 축구, 농구)프로스포츠 도시가 된다. 3대 프로스포츠단을 가진 건 도시의 자부심과 연결된다. 현재 3대 프로스포츠단을 보유한 도시는 서울과 부산뿐이다.

부산 kt농구단의 수원 이전설이 현실화되더라도 대구는 수원과 함께 3대 프로스포단을 보유한 4대 도시가 된다.

인수절차가 남았으나 가스공사 농구단은 2021~2022시즌부터 KBL리그에 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94대73으로 승리한 전자랜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자랜드 홈페이지
지난 4월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94대73으로 승리한 전자랜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자랜드 홈페이지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즈와 프로축구단 대구FC가 올 시즌 상위권에 포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프로농구단이 선전한다면 대구시민들은 올해 가을과 겨울, 풍성한 스포츠 열기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전자랜드는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연고지 이전에 따른 분위기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면 대구에서 사상 첫 우승 드라마도 쓸 수 있다.

◆전용구장 선정부터 수북히 쌓인 숙제들

가스공사 농구단이 대구에 자리잡으려면 아직은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당장 홈 구장으로 쓸 경기장 마련이다.

경산실내체육관과 경북대 실내체육관, 북구 산격동 대구실내체육관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중 접근성과 수용 관중수 등을 고려했을 때 옛 대구오리온스가 사용했던 대구실내체육관이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곳은 1971년에 지어졌고 여러 차례 개·보수를 거쳤지만 다시 관중을 받으려면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이 비용으로 20억원 정도를 예상하나 관중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역시 임시방편. 결국은 전용구장이 지어져야 하나 아직 대구시와 가스공사는 부지 선정부터 이에 대한 제반 사항에 대한 논의도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장은 대구실내체육관을 리모델링해 일정 기간 사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이지만 그 이후의 방안 등은 이제부터 협의를 해가며 진행해야할 부분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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