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부산 간호직 공무원 올해 363시간 초과 근무…카톡엔 연신 "죄송합니다" [종합]

입력 2021-05-27 16:46:21 수정 2021-05-27 18:44:42

직장 내 갑질 의혹도…유족들 "자기 순번도 아닌데 일 떠 맡아"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제공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제공

부산 동구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직 공무원 A(33)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씨가 올해 정규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제외하고도 363시간의 초과 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동구청 자료에 따르면 A씨의 초과근무 시간은 1월 84시간, 2월 78시간, 3월 54시간, 4월 79시간으로, 이번 달이 채 끝나지 않은 5월에도 이미 68시간 초과 근무한 상태였다. 동구보건소 내 간호직 공무원 중에서는 2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난 5개월간 가장 많이 초과 근무한 간호직 공무원은 372시간, 그다음으로 많이 일한 공무원은 이씨와 같은 363시간이다.

이외 나머지 간호직 공무원 역시 지난 5개월간 평균 250∼30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 간호직 공무원은 지난 1월 한 달간 117시간을 초과 근무하기도 했다.

간호직 공무원이 이같은 격무에 시달리는 이유는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경우 초과근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서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에 저촉받지 않는데다 공무원법에도 초과근무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주 5일제와 40시간 근무시간이 도입되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초과근무에 대한 규정은 현행법상 명시돼 있지 않은 데다 지자체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서 코호트 격리(감염 등을 막기 위해 감염자가 발생한 건물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에 들어간 부산의 한 병원 관리를 담당했다.

심적 부담감을 토로하던 A씨는 지난 23일 오전 8시 12분쯤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7년 차 간호직 공무원인 A씨는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5년째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은 보건소가 A씨에게 순서가 아닌데도 일을 떠맡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병원을 담당해 왔으나, A씨가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찾아봤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등 뿐만 아니라 정신과, 우울증 등 단어를 검색했다. 또한 A씨는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살펴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25명이 발생해 코호트격리 중인 대구 문성병원에서 10일 방역 관계자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에 대한 폐쇄 조치가 실시되기 전 까지 환자 10여 명이 코로나19 진담검사를 받지 않은 채 인근 요양병원으로 옮긴 사실이 드러나 방역 당국이 역학 조사에 나섰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 확진환자가 25명이 발생해 코호트격리 중인 대구 문성병원에서 10일 방역 관계자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에 대한 폐쇄 조치가 실시되기 전 까지 환자 10여 명이 코로나19 진담검사를 받지 않은 채 인근 요양병원으로 옮긴 사실이 드러나 방역 당국이 역학 조사에 나섰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 가운데 사망한 A씨가 동료와의 카톡에서 시종일관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있는 메신저 내용이 공개 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유족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부터 동료에게 격무에 시달리며 힘든 심정을 전하는 카톡 내용을 26일 공개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해 4일간 코호트 병동 관리 업무를 본 A씨는 22일 오전 동료 2명에게 "이른 시간 연락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어제 오전 (코호트 격리된) B병원에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C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D선생님과 E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씨는 "먼저 의논하는게 맞는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 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상사와의 대화에서도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A씨의 상사는 "평소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잘 모르는 직원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코호트 격리 해제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타일렀다.

A씨는 이에 "죄송하다"라며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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