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은 '북적' 안동은 '한산'…거리두기 따라 인접지 희비

입력 2021-05-26 17:22:41 수정 2021-05-26 22:15:52

"5인 모임 금지 풀린 시·군으로 손님 다 뺏길라"…'제외' 경북 9개 지역 상인들 불만
5월 특수 실종 매출 반토막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냐"

손님이 없어 텅 빈 포항수협 활어판매장(포항시 남구 송도동)의 모습. 한 상인은
손님이 없어 텅 빈 포항수협 활어판매장(포항시 남구 송도동)의 모습. 한 상인은 "직접 와 사가는 손님보다 배달시키는 고객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신동우 기자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해제된 경북 14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지역의 상인들이 긴 불황의 터널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임 인원 제한이 없는 인접 시·군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손님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5월 가정의 달 특수 '옛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행지역에서 제외된 경북의 9개 시·군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상우 한국외식업중앙회 경산시지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매출이 40~60% 정도 줄었다"면서 "특히 5월 가정의 달 특수조차 누릴 수 없어 직원 수를 줄이는 등 '버티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경산 옥산동에 있는 한 식당 주인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단체회식은 꿈도 못 꾼다"며 "현 상황을 버티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을 내보내고 가족끼리 운영하고 있지만, 견디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전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55년 개장한 영천공설시장은 210여 개 상가 매출이 예년에 비해 50~90% 급감해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 상인은 "영천은 확진자 발생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모임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다. 외환위기(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포항수협 송도활어판매장도 매장 내 식사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 비해 80%가량 줄었다고 했다. 판매량 역시 50%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관광객 숫자가 줄어든 게 가장 타격이 크다. 점차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아직 적정 운영 선을 되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지역 유흥업소 상황도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김천시 121개 유흥업소는 확산세가 이어지자 지난 23일까지 자발적으로 문을 받은 바 있다. 24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유흥업소발(發)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졌던 탓에 손님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영천공설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시장 입구에 설치된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판. 매일신문 DB
영천공설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시장 입구에 설치된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판. 매일신문 DB

◆모임 해제 지역으로 손님 뺐길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인접 시·군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안동과 예천 경계에 있는 경북도청 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도시 내 상가를 찾는 손님들은 안동시 풍천면에 주소를 둔 상가보다 모임 인원 제한이 해제된 예천군 호명면 상가를 더 많이 찾는다. 안동지역은 낮 시간 점심 손님만 있을 뿐, 소비가 많은 회식 등 저녁은 예천 주소지 상가에서 주로 이뤄진다.

신도시 내 한 상인은 "배달서비스로 전환하려고 판매 품목을 분식으로 바꾸고서야 그나마 생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던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예천 주소지 상권에서 주로 소비하다보니, 배달도 이전보다는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시 지역 상인들도 생존 전략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김천 평화남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매장 내 취식을 전면 중단하고 '테이크아웃'만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인은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육책"이라며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현재 영업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북 시 단위 지역에서는 5월 동안 김천 140명, 경주 98명, 경산 53명, 구미 49명, 포항 41명 등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꾸준하다.

포항시는 정부 방침에 맞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다음 달 13일까지 연장했다. 김천시는 지난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30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경산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19 확산 금지도 중요하지만, 거리두기 완화가 안 된 시 단위 지역 상인들의 고통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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