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의 출발은 문화통합

입력 2021-05-31 11:43:16 수정 2021-05-31 18:44:53

이종수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 원장

이종수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 원장
이종수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 원장

5월 12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다시 뛰자, 대구·경북! ONE DREAM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대구문화재단과 경북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한 이 행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길어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방역 주역과 시도민을 위로하고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한 도약을 다짐하자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대구경북 문화예술인 합동 공연과 대구경북 신공항 활주로를 형상화하여 미래를 열어 간다는 퍼포먼스 등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필자는 이 행사의 의미를 더 확장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이하 '행정통합')의 토대는 문화통합이라는 것, 이번 콘서트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의 개념은 협의의 '예술이나 정신적 산물'이 아니다. 넓은 의미의 문화 즉 '총체적 생활양식'이라는 정의에 터 잡아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알다시피 '행정통합'은 현실적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준비 단계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비롯해 교통·환경 분야 협력 등 실질적으로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문화 협력 프로그램을 대폭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문화가 지역통합에 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유럽통합 과정은 이를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흔히 유럽연합(EU) 탄생의 주된 비결로 경제통합을 거론한다. 일면 타당한 분석이다. 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을 피하기 위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설립으로 유럽통합의 물꼬를 텄다. 이어 수십 년간 공동 통상·에너지·통화정책 등을 실현하면서 경제통합을 이루었다. 그리고 느슨한 형태의 정치적 통합도 이루었다.

이 과정에 문화의 역할도 지대했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는 '유럽 문화수도(초기 명칭 유럽 문화도시)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1, 2개 문화수도를 지정, 대대적으로 축제를 벌이며 EU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아우르며 '하나의 대륙'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효과는 '아랍 문화수도' '아메리카 문화수도' '동아시아 문화도시' 프로그램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문화의 통합적 기능으로 '행정통합'의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다. '행정통합' 과정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반대의 주된 이유는 '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이면에 '따로'라는 인식이 놓여 있었다. 시도민 사이에 '하나'라는 일체감이 없거나 부족함을 방증한다. 이 간극을 테메울 수 있는 것이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공유성이다. 이는 지역이 공동의 사고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토대가 된다. '시도민 체전'이나 예술·관광·문화콘텐츠 등의 문화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면 시도민이 '하나의 대구경북'이라는 공유성을 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통해 문화통합의 토대가 튼실해지고 '행정통합'의 정서적 공감대도 넓어질 것이다.

우리 대구경북은 '화랑·선비·호국·새마을정신'이라는 공통의 젖줄이 있기에 문화통합의 가능성이 높다. '다시 뛰자, 대구·경북!' 행사는 그 현실적 단초를 제공했다. 이 귀중한 정신문화를 현대적 의미로 승화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지속하면 문화통합은 가능할 것이다. 자연스레 '행정통합'에 대한 반론도 수그러질 것이다. 원래 둘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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