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당연한 것은 없다

입력 2021-05-25 10:51:44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지난주, 내가 쓴 희곡이 첫 무대에 올랐다.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관객의 반응이 궁금함과 동시에 잠을 설칠 만큼 긴장이 됐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지인들이 선물을 들고 공연장을 찾아주었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면서 재미있었다고, 잘 봤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행복한 3일을 보내고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같이 공연을 만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쓴 대본을 공연으로 제작해 준 극단과 연출자, 응원하는 마음으로 활동비도 받지 않고 도움을 주신 많은 선배와 동료들, 내 상상 속에 있던 캐릭터들을 살아 움직이게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오던 배우 중 한 명이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들이 참 감사하다며 "어릴 땐 지인들이 내 공연을 보러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관객의 입장이 되니 시간을 내서 공연을 보러가는 일이 쉽지 않더라. 바쁜 와중에 지인의 공연이라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공연을 보러오는 게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참 공감이 갔다. 나도 지인들의 방문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부랴부랴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리 연락을 해서 예매를 하고, 공연 시간에 맞춰 극장에 도착해서 공연을 관람하는 일, 시간이 맞지 않아 공연을 보러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연락을 하는 수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나는 이 말이 "상대방의 배려와 성의를 감사하게 여기자"는 말로 들렸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익숙해질수록 당연하다고 여기며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입장에서는 특히 가족들과의 관계가 그랬다.

작년에 독립해 현재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 평소 엄마는 불규칙적인 내 일정을 배려해 전화를 할 때마다 통화가 가능한지 물어보신다. 그마저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잘 안하는 편인데, 나는 무뚝뚝한 성격 탓이라 핑계를 대며 먼저 안부전화를 잘 드리지 않는다. 반면에 여동생은 곰살맞은 성격으로 타지에 있지만 연락도 자주 드리고 집에도 자주 찾아뵙는다.

지난 어버이날에도 공연과 연습으로 바빠 미처 연락을 못 드렸는데, 며칠 뒤 동생이랑 연락을 하다가 본인은 어버이날이라고 엄마를 뵈러 갔었다며, 나는 바빠서 당연히 못 올 것이라 생각해서 연락을 안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나의 무신경함이 어느새 그들에게 당연한 일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기며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가정의 달인 5월이 지나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들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과 가족에게 짧지만 마음을 담은 안부 메시지를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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