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SRF 소각장 송사 보도, 지역 매체의 두얼굴

입력 2021-05-25 15:19:59 수정 2021-06-10 10:18:38

고형폐기물 소각장 건립에 반대하는 김천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을 발표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고형폐기물 소각장 건립에 반대하는 김천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을 발표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신현일 기자경북부
신현일 기자경북부

최근 경북 김천시가 고형폐기물(SRF) 소각장을 건립하려는 사업자가 제기한 '건축변경허가 신청 거부처분 취소청구'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2018년 ㈜창신이엔이는 김천에서 고형폐기물을 소각해 산업단지에 스팀을 공급하는 소각장을 짓고자 했으나 건설 예정지 반경 1.2㎞ 안에는 초·중·고교와 아파트 단지 등이 밀집해 있어 시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에 김천시의회는 같은 해 11월, 도심 인근 소각장 건립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했고, 김천시는 이를 근거로 건축변경허가를 불허했다.

이에 반발한 사업주는 '건축 변경허가 신청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대구지방법원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이후 김천시는 대형 법무법인과 계약해 2심에 공을 들였고, 최근 1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이 소송은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민감한 현안이었기에 대부분의 지역 매체들이 소송 과정과 결과를 중요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소각장 소송을 다뤘던 지역 매체 중 일부는 승소하는 쪽에 따라 보도 내용이 달라지는 온도 차가 존재했다.

지난해 9월 김천시가 1심에서 패소하자 일부 매체는 'SRF사업 김천시 항소해야 하나?'(김천시 주장 대부분 이유 없음 판시), 'SRF사업 항소 패소 시 손해배상액 규정 마련해야' 등의 제목으로 이 사안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더불어 1심에서 승소한 사업주가 3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일부 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1심 법원 판결문을 자세히 인용해 김천시가 항소해도 패소할 것처럼 주장하며 이 경우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시민 혈세로 부담해야 하기에 김천시가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또는 타 지역에서 시민들과 동일한 갈등을 겪고 있는 SRF 시설이 주변 대기질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반면 김천시가 승소한 행정소송 2심의 판결 내용을 보도할 때는 패소했던 1심 판결 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법원의 판단 근거나 법리 등 판결 내용은 빼고 '김천시가 1심에 패소한 후 항소해 2심에서 승소했다'는 단순한 사실과 '사업주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이는 일부 매체들이 1심 판결 후 항소에 반대하거나 타 지역 SRF 시설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보도를 한 것과는 매우 다른 태도다.

이처럼 무성의하고 한쪽으로 편중된 보도는 시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SRF 소각장 반대 김천시민 모임 SNS에는 "소송에 졌을 때는 항소 왜 하냐는 식으로 보도하던 언론들, …패소 소식에 비해 승소 소식은 짤막하게, …아예 승소 관련 기사가 없는 신문사도, …2년 가까이 시민들이 싸우고 소송 중에 있음에도 이번 소송 승소는 기사의 가치도 없는 것인가?"라며 일부 매체의 보도 태도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직 김천시와 SRF 소각장 사업주 간의 송사는 진행형이다. 30억 원대의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사업주의 대법원 상고 결정도 남아 있다. 이번 소송이 어떻게 끝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지역민들의 관심사를 보도하는 지역 언론은 좀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처럼 독자들에게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남길 경우, 공정성을 잃은 언론사의 흠집 난 신뢰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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