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기업인에 박수는 우리 대통령이 쳤어야 한다

입력 2021-05-24 05:00:00 수정 2021-05-24 06:03:4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 도중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등 기업 대표들을 자리에서 세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 도중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등 기업 대표들을 자리에서 세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을 일으켜 세워 '생큐'(고맙다)를 세 차례나 연발한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총 394억 달러(약 44조4천억 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170억 달러(약 19조 원) 투자를 확정했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1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LG에너지솔류션과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베터리 기업들도 미국에 약 140억 달러를 푼다. 하나같이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위해서다. 반면 한국이 건진 것은 고작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이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등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겠다는 정도였다.

이 같은 한국 기업들의 유례없는 큰 선물에 바이든으로서는 든든해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느냐"며 일으켜 세워 엄지척을 했다. 그러고선 "아주 좋은 일을 하고 계시다. 이러한 투자는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활짝 웃는 얼굴로 감사를 연발하며 추켜세우는 제스처는 미국 대통령에겐 익숙한 모습이다.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4월 청년 실업률은 10%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늘어났다. 가장 활발하게 구직 활동을 펼치는 25~29세 실업률은 악화일로다. 문 정부 4년 실업률은 3.5%에서 3.8%로 늘었다. 투자와 일자리가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이다. 게다가 나라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바닥을 기고 있다. 최근 4년간 FDI는 연평균 1.2%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인 6.3%의 5분의 1도 안 된다. 선진국에 비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고 우리 대기업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돌리면 국내 투자는 감소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도 헛구호에 그친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짓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작지 않다. 세계 속에 공장을 지으면서 글로벌 기업화하고 '세계 속의 한국'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최상이다. 바이든이 "(미국에)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찬사는 역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날렸다는 자조로 돌아온다.

취임 초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것이 문 정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몇 달 후엔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라고 한 바 있다. 4년이 흘렀다. 하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기업인들은 기업의 창의적 경영 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달라고 또 아우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는 한복판에 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에게 엄지척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고선 역시나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국민은 이제 우리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을 향해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 상황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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