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투리] 가수 심재경 씨 "'아지매쏭'안동사투리로 노래했죠”

입력 2021-05-21 14:30:00 수정 2021-05-21 17:42:03

③사투리와 사람들-8. '참 좋으이더' 가수 심재경

◆3.사투리와 사람들

안동이 고향인 심재경씨는 안동사람들의 소소한 생활을 담은 사투리 노래를 비롯해 사투리 드라마나 짤 영상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사투리 확산을 꾀하고 있다.
안동이 고향인 심재경씨는 안동사람들의 소소한 생활을 담은 사투리 노래를 비롯해 사투리 드라마나 짤 영상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사투리 확산을 꾀하고 있다.

8. '참 좋으이더' 가수 심재경

아이고 아지매요 어디 가니껴? 무슨 좋은 일이 있니껴?/ 말도 마이소. 바빠 죽을 씨더. 고마 정신이 한 개도 없니더./ 아이고 아지매요 머 그꾸 바쁘이껴? 무슨 좋은 일이 있니껴?/ 좋고 마고요 좋아 죽을씨더. 서울서 아들이 왔잔니껴.. 심재경씨가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 '아지매쏭'이다. 고향인 안동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 듣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돋는다. 안동사투리로 노랫말을 만들어, 사투리도 알리고 고향도 자랑하는 심재경씨(57)를 서울서 만났다.

-'아지매쏭' 가사가 재미있고 사실적입니다

▶첫 번째 앨범인 '낙동연가'에 실린 곡입니다. 어린 시절 고향 안동과 낙동강변에서 겪었던 소소하며 재미있었던 기억들을 담았습니다.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안동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사투리로 노래한 것이지요.

-사투리 노래라면 투박하고 구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갈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세련된 사투리 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반주도 간결하고 목소리도 가볍게 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했지요. 안동 사람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고, 다른 지역사람들에게는 색다른 느낌의 사투리 노래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3년 제 7회 MBC대학가요제에서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로 대상을 탔습니다. 서강대 1년 때입니다. '에밀레' 라는 서강대학 보컬그룹으로 세 명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수상 후 모두 본격적인 가수활동은 하지 않고 대학축제나 봉사활동으로 노래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당시 대학가요제 출신중 유명세를 탄 이들이 많았는데 후회하지 않나요

▶그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 가수가 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생각하면 그 때 방송활동을 제대로 해서 얼굴이라도 알려놓았으면, 지금 사투리 노래를 더 쉽게 소개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웃음)

-졸업하고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오랫동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 광고기획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사에 근무하다, 20세기 폭스사에서도 일했습니다. 독립해서 제 사업도 해보았으나 지금은 보험 일을 하고 있습니다.

-40대 중반 뒤늦게 다시 노래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울서 살다보니 재경 안동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 모임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직접 합창단을 만들었지요. '실개천 하모니'입니다. 2012년 창단1주년 발표회를 준비하면서 안동과 관련된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마땅한 노래가 없었습니다. '안동역에서'라는 노래가 발표되지 않을 때였지요. 그래서 안동을 소재로 한 노래를 직접 만들기로 했고 이것이 사투리 노래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합창단 발표회 때 사투리 노래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인사노래 '참 좋으이더'는 반응이 아주 좋았지요. 조회 수가 16만뷰 까지 올라갈 정도였습니다. 안동친구들이 이런 노래가 있다며 저에게 음원을 보내주는 일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방송출연도 하고 안동과 대구에서 공연도 많이 했지요.

-사투리 노래를 만들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겠습니다. 소개해주시지요

▶지금은 안동지역에서도 사투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안동출신들은 어릴 때 쓰든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문들 카톡방에서 모두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정말 억세고 진합니다. 수십 년 전의 안동사투리 모습이 그대로 있는 것이지요. 안동에 사는 사람보다 안동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 안동 말을 더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사투리로 색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종의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카톡방에 제가 짧은 사투리 드라마 각본을 올리면 동문들이 더 적절한 사투리를 알려주고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냅니다. 바로 수정하면서 대본을 완성하는 것이지요.

-어떤 대본인지 궁금합니다. 대본이 완성되면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까.

▶심청전의 요즈음 버전입니다. 억척스러운 심청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능동적이며 적극적이며 결단력 있는 알파걸입니다. 대본이 완성되면 동창회 회원들이 배우가 되어 연기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안동음식과 안동 볼거리 특산물을 넣어 버무리면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짤막하게 만들어 유투브에 올릴 계획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투리 대회도 좋고 사투리 노래도 좋지만 사투리 위상을 높이고 활성화하려면 콘텐츠가 다양해야합니다. 사투리 웹툰이나 짤 형태의 영상을 만들면 아주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투리로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느낀 사투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투리가 아주 경제적인 언어라는 것입니다. 몇 자로 한 문장의 내용을 그대로 담을 수 있지 않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의 축약어보다 더 경제적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주 큰 매력이지요.

-아버님은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공부는 안하고 노래 부른다며 기타를 부수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당신은 남성합창단에 가입하는 등 노래를 열심히 하셨지만 아들이 가수가 되는 것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돌아가셨지만 지금 사투리 노래를 부르는 저를 보면 '재미있다'고 하셨을 것 같습니다.

-다시 대학가요제에 나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물론 대상을 받아야겠지요.(웃음) 참가 하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의 멋진 한 페이지입니다만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방송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낙동강 연가 2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투리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안동사투리는 물론, 안동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글 김순재 계명대산학인재원교수 sjkimforce@naver.com

◇이 기사는 계명대학교와 교육부가 링크사업으로 지역사랑과 혁신을 위해 제작했습니다.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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