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21>청도 '시골책방 봄날'

입력 2021-05-24 11:24:00 수정 2021-08-11 17:37:18

독서 하다 고개 들어보면 유등연지 내려다보이는 곳
가정집 건물 2층, 교사 출신 책방지기…수~토, 오후 1~6시까지 운영
내비게이션에 주소 꼭 입력, 전화 필수

경북 청도의 동네책방
경북 청도의 동네책방 '시골책방 봄날'의 내부. 김태진 기자

혼자 알고 있던 맛집을 들키는 기분이다. 미식가들이 자신의 맛집을 공개해야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까닭이 이해되는, 그런 곳.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좀체 오기 힘든 책방, '시골책방 봄날'이다.

정말이지 봄날 같은 책방이다. 오랜 기간 겨울을 이겨낸 뒤의 봄이 고마운 이유처럼. 한여름에 연꽃으로 그림이 되는 못, 청도 유등연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유등연지에서 곧장 통하는 길이 없어 아쉬울 뿐.

청도의 자랑 유등연지는 이미 경북 관광의 별이다. 주변 갤러리나 찻집은 더러 알려져 있다지만 책방은 드문 동네다. 오죽하면 책방이 열리는 2018년 동네주민들이 "아이들 참고서 파는 서점 말고는 책방이라고는 없던 동네에 책방을 열어줘 고맙다"는 말을 했을까.

'시골책방 봄날'에서도 차를 마실 수 있긴 하나 차나 한 잔 하자며 찾을 곳이 아니다. 잘 지어놓은 귀촌형 가정집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집안 특유의 향이 새어 들어온다. 커피를 마시러 잠시 마스크를 내린 틈에 한껏 들숨을 채운다. 자작나무와 편백나무가 짜낸 향이다. 친환경 소재를 많이 썼다.

경북 청도의 동네책방
경북 청도의 동네책방 '시골책방 봄날'의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의 한 여고에서 2016년까지 아이들을 가르쳤던 국어교사 출신 김태금(59) 씨가 연 책방이다. 2015년 지은 건물이다. 1층은 주거지고 2층이 책방 용도다. 처음부터 책방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세웠다고 했다. 책방을 연 건 2018년 6월 1일이었다. 책방을 꾸미는 데 자그마치 3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수요일~토요일 나흘만 운영한다. 지난해부터는 열어두는 시간을 줄였다. 하루 5시간(오후 1시부터 6시까지)이다. 직장인들에겐 토요일이 유일한 셈인데 점심 먹고 늑장 부리다가는 책방에서 머물 시간이 줄어든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가는 문이 마법처럼 열렸다 닫히는 느낌이다.

그리스 비극 걸작선,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등 고전과 인문서적이 많이 보인다. 책방에서 하고 있는 고전낭독 모임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독서모임만 4개라고 했다. 매주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고 있는 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전문상담선생 같은 책방지기와 나누는 대화가 '시골책방 봄날'의 시그니처다. 잘 들어주는 능력이다. 맞장구치며 상대와 호흡하는 능력은 책을 읽은 이들끼리 나누는 상담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경북 청도의 동네책방
경북 청도의 동네책방 '시골책방 봄날'의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에서 간다면 30번 국도를 타고 팔조령을 넘어 가면 직방이다. 유등연지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가야 한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가더라도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미리 연락하고 가면 수월하다. 광고성 기사가 될 것을 우려해 주소와 전화번호는 통상 남기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주소: 경북 청도군 화양읍 고철1길 53-18. 전화번호: 010-8593-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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