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노익장

입력 2021-05-10 05:00:00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노익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기운과 패기가 더 왕성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후한서 마원(馬援) 열전의 '궁당익견 노당익장'(窮當益堅 老當益壯)이 출전인데 대장부는 곤궁할 때 더욱 굳세야 하고 늙을수록 기력이 더 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의식하는 게 바로 '몸'이다. 더러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도 있으나 대다수 마음만 앞서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갈수록 늘면서 60대의 나이에도 바삐 몸을 움직여야 할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은퇴했지만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60대의 절반 이상이, 70대는 10명 가운데 3명이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이들의 자산 9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노후 대비가 부족하다. 은퇴 후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 평균 1억7천만 원이 필요한데 퇴직금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1억 원이 채 안 된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65세까지 청년, 79세까지는 중년, 80대에 접어들어야 노년이라는 새로운 구분이 주목받고 있다. 60세 이상 노년이라는 통념과 크게 차이가 있지만 늘어난 평균 수명과 왕성한 노년층의 사회 활동 때문에 이런 구분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그러나 신체 능력과 연령은 밀접한 관계다. 평소 몸 관리에 따라 노년의 건강과 신체 능력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명 연장과 신체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비례하지는 않는다. 유엔인구기금과 세계보건기구는 15세부터 24세까지를 청년, 60세 이상을 노년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기본법에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통계청 청년실업률은 15~29세를 청년층으로 구분한다. 현재 국내 노인의 기준 연령은 만 65세이지만 이를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과거 노익장은 미덕이었으나 현대에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열심히 생업을 지키며 인생 시간표를 따라가는 노년기 삶이 보편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기력한 일상보다 생기 있고 활발한 노년의 삶을 바라는 마음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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