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시시각각] ㊾ 두꺼비 천국 달성습지

입력 2021-05-11 06:00:00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2달여 만에 변태를 마친 아기 두꺼비들이 지난 4일 비가 내리는 틈을 타 일제히 콘크리트 비탈길을 오르며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달성습지 생태계가 점차 안정을 되찾자 맹꽁이에 이어 돌아온 두꺼비들이 15곳의 물웅덩이에서 매년 대량 산란을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2달여 만에 변태를 마친 아기 두꺼비들이 지난 4일 비가 내리는 틈을 타 일제히 콘크리트 비탈길을 오르며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달성습지 생태계가 점차 안정을 되찾자 맹꽁이에 이어 돌아온 두꺼비들이 15곳의 물웅덩이에서 매년 대량 산란을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물웅덩이 옆 가파른 콘크리트 비탈길을 기어 오르는 아기 두꺼비. 두꺼비는 물에서 태어나 뭍에서 사는 수륙양용의 양서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물웅덩이 옆 가파른 콘크리트 비탈길을 기어 오르는 아기 두꺼비. 두꺼비는 물에서 태어나 뭍에서 사는 수륙양용의 양서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물웅덩이 옆 가파른 콘크리트 비탈길을 기어 오르는 아기 두꺼비.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물웅덩이 옆 가파른 콘크리트 비탈길을 기어 오르는 아기 두꺼비.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변태를 마치고 물웅덩이 옆 풀섶에 나와 서식지 이동을 위해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기 두꺼비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변태를 마치고 물웅덩이 옆 풀섶에 나와 서식지 이동을 위해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기 두꺼비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채집한 두꺼비 올챙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채집한 두꺼비 올챙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 산란한 알에서 부화한 두꺼비 올챙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 산란한 알에서 부화한 두꺼비 올챙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비가 내리는 틈을 타 일제히 콘크리트 비탈길을 오르며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비가 내리는 틈을 타 일제히 콘크리트 비탈길을 오르며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알에서 부화한지 언 두 달.

뒷다리도 앞다리도 쑥, 쓸모 없는 꼬리는 쏙.

광야를 누빌 방호복, 끈적한 점액질 갑옷까지

변태로 완전군장한 아기 두꺼비들이

물가 풀섶에 떼지어 이날만 기다렸습니다.

달성습지에 먹구름이 비를 쏟자

필사의 행군, 거사가 시작됐습니다.

목적지는 물웅덩이 너머 드넓은 새 세상, 희망의 땅.

새끼 손톱만한 아기 두꺼비들이

가파른 콘크리트 비탈길을 까맣게 오릅니다.

걸으면 살고 멈추면 죽는다.

엉금엉금 아장아장 폴짝폴짝, 전진 또 전진입니다.

뜀박질로 앞서던 녀석이 돌부리에 그만

물웅덩이로 하염없이 굴러 떨어집니다.

1등이 무슨 소용….

기어가도 끝내 오를 뒷심만이 살길입니다.

길은 멀고 천적도 무서운 험난한 여정.

함께 따라나서는, 마중나온 어미 한마리 없습니다.

세상살이는 홀로서기라며, 강해야 산다며

모질게도 알만 낳고 훌적 떠났습니다.

어른이 되기까지 생존율은 안타갑게도 3% 미만.

기가 찬 어미는 알속 노른자에 충분히 먹고 자랄 양분을,

천적에 맞설 집단성과 방어물질도 넣고 갔습니다.

흩어지면 먹힌다고 떼로 몰려 헤엄치던 본능도,

땡볕엔 말라죽는다고 이리 궂은날 길 떠나는 잔머리도

혹독하게 살아온 '어미들의 유산' 덕입니다.

석윤복 달성습지 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이 살핀 결과

2013년 첫 산란 이래 달성습지 물웅덩이 15곳이

죄다 두꺼비 태실로 변했습니다.

어미 두꺼비 한쌍이 낳는 알은 평균 6천여 개.

웅덩이마다 꼬물거리는 셀 수 없는 아기 두꺼비들….

'7월 맹꽁이' 보다 '5월 두꺼비'가 더 장관이라 했습니다.

달성보가 들어서 말랐던 웅덩이에 물이 차 오르고

로드킬이 뻔하다며 순환도로 마져 돌려 내자

살아난 맹꽁이에, 숨막히는 갈대숲에 발길도 잇따라

습지가 숨은 보물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잊고 지낸 돌담길의 '떡두꺼비'도 저렇게 돌아왔습니다.

작지만 홀로서기가 한창인 대견한 습지 친구들.

민들레 홀씨가 막차로 흩날리는

달성습지의 5월은 아기 두꺼비들의 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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