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17> 추억, 그리고 새로 만드는 미래

입력 2021-05-08 06:30:00

시대 정신 잇는 공간서 복합 문화시설 변신
대구 항일운동 본산 우현서루…장서 482종 3,937책 기증 받아
7080년대 학생운동 배경 역할…ICT 학습 공간·갤러리 '새단장'

경북대 중앙도서관에서 책읽는 학생들
경북대 중앙도서관에서 책읽는 학생들

경북대학교 입학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도서관 건물의 한 켠(당시 시청각실)에서 고등학교 후배(대학 입학은 같은 해였다)와 함께 연 2인 시화전이었다. 내 딴에는 경북대에 어떤 '글쟁이(문청)'들이 있는지 탐색해보려고 미끼를 던진 셈이었다. 여러 '글쟁이'들이 그 미끼를 물었다. 복현문우회라는 모임이 있음도 알았다. 그 후 나는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혼자 작업하겠다는 고집으로 복현문우회에 들라는 유혹을 한사코 거절하기도 했다. 때로 도서관 앞에서 자주 해 지는 쪽을 향해 묵상하듯 앉아 있던 김춘수 교수를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질풍노도기의 만남의 기억으로 도서관은 내게 각인됐다.

지금의 박물관 건물이 원래 도서관이었다. W자 모양인데, 건축가 조자용의 작품으로, 제트기와 박쥐 형상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초에 도서관이 옮겨가 신관 증축으로 위용을 갖추면서 옛 도서관 건물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경북대 도서관은 특히 대구 항일운동의 본산이었던 우현서루의 정신을 잇는 공간으로 의미 지을 수 있겠다. 이일우의 손자 이석희가 우현서루의 장서 482종 3천937책을 경북대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함께 수집한 책들과 합쳐 8천800여 권으로 비로소 명실상부한 도서관 면모를 갖추었다. 우현서루는 1만 권의 장서로 유명했으나, 일제 강점기 때 꽤 수탈을 당했다. 그런 가운데 그 정도라도 지켜낸 건 다행이었다. 한편 70년대와 80년대에는 경북대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학생시위운동이 잦았다. 이처럼 민족과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식이 함께 부각되는 공간이 경북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일찍이 '책의 집'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한 신전에서 그런 기록이 발견됐다고 한다. 오랫동안 그런 관습이 유지돼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도서관은 서적 보존에 국한하지 않고 인쇄자료뿐만 아니라, 음향자료와 영상자료, 그리고 멀티미디어와 디지털자원까지 수용한다. 경북대 도서관이 그 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기본이 되는 장서량만도 350여만 권으로 서울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 째로 많다. 자료 접근과 수용은 점차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간다. 2019년 리모델링으로 1층이 ICT 기반의 학습과 연구 공간, 북 갤러리와 세미나 및 전시공간을 갖추었다. 카페 운영은 물론, 영화감상과 각종 강연회와 책읽기 등의 행사가 이루어진다. 문화공간의 복합적 활용이다. 이용자들도 엄청나다. 한 달 평균 40만 명에 이른다. '2020년 전국 대학도서관 평가'에서 최우수그룹으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서관의 이런 활용이야말로 경북대가 이루어내는 미래에의 가장 확실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경북대 우현서루(고서실)
경북대 우현서루(고서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