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계좌운용·이자지급?…“지방은행·지역경제 망한다”

입력 2021-05-05 17:09:22 수정 2021-05-05 20:16:18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네이버 등 IT 기업 선불사업자에 후불결제, 이자지급 권한
금융노조 지방은행협의회 “지역자금 역외유출 심화 우려, 개정 논의 중단하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서울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박용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서울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박용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네이버 등의 은행업 우회진출을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 탓에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의 소멸 가능성이 대두된다.

IT 기업도 사실상 은행·신용카드사처럼 예치금 계좌 운용 및 이자 지급,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보니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가속화'에 따른 지역경제 타격 우려까지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는 최근 '정부 여당은 지역자금 역외유출 심화시키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노조는 "전금법 개정안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센스가 도입되면 대규모 민간자금이 빅테크 업체로 이동해 지역자금 유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지역금융과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기조로 삼는 정부정책에 정확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어떠한 규제도 없이 빅테크 업체에 많은 권한을 열어주는 이번 전금법 개정은 추후 국민의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개정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핀테크(Finance+Technology, 정보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자 발의한 법안이다.

네이버 등 IT 기업에 종합지급결제업자 자격을 주고 '네이버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 이용자에게 ▷30만원 이내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선불충전 예치금에 대한 리워드(포인트) 지급 등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네이버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는 판매 대가를 추후 지급받는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없다. 신용카드를 발행하지 않고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반으로 하는 후불결제 서비스가 신용카드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연말 금융위원회 등은 선불업자가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해 최대 500만원 한도의 선불충전 계좌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지 않고도 30만원 한도 내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서울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박용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서울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박용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김보라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위원, 이한진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지방은행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 등이 손쉽게 계좌를 개설해 주고 예치금에 대해 사실상 이자까지 지급하며 비용 지불을 지원한다면 그간 같은 업무를 처리하던 지방은행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유다.

지역 자금 대부분이 선불충전금 형태로 지역을 이탈하면 지방은행이 운용하던 월급통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통장으로 유치하던 민간자금이 줄어들면 지방은행이 설립 취지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빌려주던 돈줄도 마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개정안은 선불충전금 예치금을 반드시 은행에 맡기도록 강제했다. 이에 지방은행 업계는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이 시중 은행과 선불충전금 예치 경쟁을 하라는 것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원 금융노조 대구은행지부장은 "공적 기능을 하던 지방은행 경쟁력은 점차 약화하고, 오로지 자본 논리로만 영업하는 IT 기업은 정치권 도움으로 손쉽게 몸집을 키울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지방은행은 좀더 빨리 점포를 닫아 끝내 소멸하고, 잇따라 지역 내 유통업체들 경쟁력까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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