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답답" 화이자 백신접종 일시중단, 어르신들 '분통’

입력 2021-05-04 18:08:23 수정 2021-05-04 21:41:05

한달 기다려도 1차 못 맞았는데…면회 기대했던 요양원 초조, 종사자 "달래려니 마음 아파"
누구는 벌써 2차까지 맞아…안동선 접종 대상 40% 못해 "노쇼 백신 없나요" 문의 쇄도
市 "7일 2차 접종용 화이자백신 수급 예정"…1차 접종 재개는 '미지수'

정부의 화이자 백신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일부 지역의 접종이 중단된 가운데 4일 대구 달서구 월배국민체육센터에 위치한 예방접종센터 입구에 운영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의 화이자 백신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일부 지역의 접종이 중단된 가운데 4일 대구 달서구 월배국민체육센터에 위치한 예방접종센터 입구에 운영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일시 중단과 관련해 대구경북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화이자 백신 수급 불안정에 따라 1차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5월 셋째 주까지는 2차 접종에 주력하기로 했다. 접종을 기다리던 노인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접종할 수 있느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접종 날짜 통보받고도 미뤄져

A(47·대구 수성구) 씨는 "80세 모친이 화이자 백신 접종 날짜를 통보받고도 여태껏 접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 달 가까이 기다려 겨우 접종 일자를 통보 받았는데 다시 미뤄져 애가 탄다"며 "대체 정부는 왜 백신 물량 수급에 대해 제대로 공개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B(80·대구 달서구) 씨는 지난달 30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B씨는 "다행히 접종 중단 이야기가 나오기 직전에 접종을 했지만, 나 역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맞겠다고 신청을 해 두고 한 달 넘게 기다렸다"며 "먼저 맞은 것은 다행이지만 여태 맞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하는 복지관과 요양시설에서는 1차 접종을 더욱 고대하고 있다. 접종이 이뤄져야 중단됐던 면회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구 남구 한 요양원 관계자는 "요양원 입소자 평균 연령대가 90세 정도다. 1차 접종을 신청해뒀지만 아직 연락이 안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다. 어르신들이 '언제쯤 자식들을 볼 수 있느냐'며 채근하는데 '주사를 맞아야 뵈러 올 수 있는데 약이 모자라 주사를 맞지 못하고 있다'며 알려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면회가 불가능했던 터라 더 이상 어르신을 달래고 지켜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접종센터에서 자체 보유 중인 화이자 백신 잔량이 1차 접종 대상자에 돌아갈 예정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달성군 접종센터에서는 5, 8, 10일 1천160명이 1차 접종을 한다. 수성구 접종센터는 6, 7일 1천400여 명에 대해 접종이 이뤄진다.

대구시는 오는 7일 정부로부터 화이자 백신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1차 접종 재개는 넷째주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차 접종용으로 내려오는 백신 물량은 2차 접종대상자에게 돌아간다. 2차 접종 뒤에 남는 물량이 있으면 1차 접종이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미지수"라고 했다.

◆접종 중단 잇따라

경북 시·군에서도 백신 물량 확보가 안 돼 접종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어르신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안동시는 접종 대상의 40%에 달하는 어르신이 1차 백신 접종조차 못한 상태에서 1차 접종 어르신을 대상으로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미접종 지역 어르신들은 "누구는 벌써 2차 접종까지 맞고 마스크를 벗고 일상 생활을 하는데 아직 1차 접종조차 못하니 불안하고, 조급함마저 생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성주에서도 백신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미접종 어르신들은 초조함과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벽진면 한 어르신은 "코로나가 숙지지 않는 데다, 언제 접종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어 무섭고 답답하다"고 했다. 월항면 한 어르신은 "성주 내에서도 골짜기 지역은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백신을 확보했다며 걱정 말라던 정부와 대통령의 말은 빈 말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신예비명단에 올려달라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백신 페기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소와 위탁의료기관가 예비명단이 없더라도 백신이 남으면 현장 신청을 받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예비명단 작성에 제한이 없는 위탁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백신 예비명단에 올려 달라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경산시 한 내과의원 원장은 "백신 접종 대상자들 중 일부는 백신에 대한 부작용 여파로 '노쇼'(no-show·예약불이행)나 예약 취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노쇼 등으로 백신이 남으면 접종을 받을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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