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 라이온즈 가능성 열렸다

입력 2021-05-09 06:00:00 수정 2021-05-09 16:03:31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야구단 주식 대구시에 기부…대구시, 삼성 라이온즈 운영 참여 발판 마련

대구시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 라이온즈 주식을 기부받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프로야구단의 주주가 됐다. 사진은 지난 2일 LG전 승리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삼성 이원석이 인터뷰하는 모습. 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구시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 라이온즈 주식을 기부받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프로야구단의 주주가 됐다. 사진은 지난 2일 LG전 승리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삼성 이원석이 인터뷰하는 모습.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난 2월 '대구 라이온즈, 부산 자이언츠, 광주 타이거즈는 안될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프로야구단 명칭에 대기업 삼성과 롯데, KIA를 빼자는 것이다.

프로축구처럼 도시명을 내 건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바뀌면 좋겠지만 대기업 이름만이라도 빼고 싶은 생각에서 이를 주장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최강 삼성'을 외치는 젊은 관람객들의 응원 목소리가 연고 도시로 바뀌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삼성 야구단의 연고지가 대구일 뿐인데 대구시민들이 지나치게 삼성에 충성(?)하는 게 아닌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자도 젊은 시절 가전제품을 살 때면 삼성만을 고집했다. 가족들에게 이를 주지시킬 정도였다. 대구를 연고지로 둔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중독성 있는 '사기 제품'인 점을 고려하면 예나 지금이나 젊은 사람들이 흠뻑 빠져 이를 즐기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대기업 홍보 수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가 대기업 계열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바뀐 점을 지적하고 싶다. 태생적으로 미국프로야구와 다름에도, 국내 프로야구단은 돈벌이만은 철저히 미국을 따를 태세다.

그렇다면 명칭만이라도 미국처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미국 프로야구단은 연고지 도시 이름을 우선시하고 있다. 대기업 명칭 사용으로 광고 효과를 누리면서 돈벌이에도 혈안인 국내 야구단을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프로야구팬의 수수방관도 지적하고 싶다. '돈성'으로 비난받으며 FA를 끌어모아 2000년대 삼성 '왕조'(한국시리즈 7번 우승)를 구축하는 등 '삼성 제일주의'를 실현한 삼성그룹은 왜 전용구장 건립에는 뒷전이었을까.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주인이 대구시라는 사실을 시민 다수는 모른다. 삼성은 건립비용 일부를 대고 이를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계약 덕분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돈을 버는 장터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 오너 가족들이 오랜만에 대구시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했다. 대구시가 삼성 라이온즈의 주주가 된 것이다. 지난 4월 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상속인들이 고 이 회장 소유의 삼성 라이온즈 주식을 대구시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대구시 공유재산심의회, 계약체결 등을 거쳐 지난달 30일 삼성 라이온즈가 금융감독원에 주주변경을 신고·공시했다. 프로야구 연고 지자체가 프로야구단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대구시가 전국 처음이다. 고 이 회장은 삼성 라이온즈 출범 당시인 1982년부터 2001년까지 구단주를 맡았다.

대구시가 기부받은 삼성 라이온즈 주식은 5천주로 전체 지분의 2.5%에 해당한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자회사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1982년 삼성그룹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으나 제일기획이 지분 67.5%(12만9천주)를 확보, 2016년 1월 1일부로 편입했다.

이전까지 삼성 라이온즈 지분은 삼성전자 27.5%, 삼성SDI 15%, CJ제일제당 15%, 신세계 14,5%, 삼성전기 12.5%, 삼성물산 9.5%, 제일기획 3%, 이건희 2.5%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 대주주는 제일기획, CJ제일제당, 신세계, 대구시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구시는 삼성 라이온즈 주식 보유에 대해 "전국 최초로 프로야구단 주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는데,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을까. 범 삼성가인 CJ제일제당, 신세계 등이 보유한 지분이나 제일기획 지분을 더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프로축구단 대구FC가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를 무기로 관람객을 유치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처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괜찮은 마케팅 수단이다.

2021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팬들을 비롯한 대구시민들은 삼성의 가을야구 때 시민 축제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대구 라이온즈'를 향해 미래 청사진을 그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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