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버리지 못하는 '팀킴' 사인 컬링 스톤

입력 2021-05-16 06:00:00

평창 동계올림픽 '영미' 신드롬 '팀킴'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2022 베이징 대회서 영광 재현 기대…한 단계 전진에는 인격적인 성숙도 필요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장식하거나 보관할 가치가 없어졌음에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다. 컬링 스톤이다. 빨간색 손잡이가 달린 컬링 스톤에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팀킴'의 사인이 새겨져 있다.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 선수와 김민정 감독의 사인이 담겨 있다. 스톤 한쪽에는 이들을 발굴·육성한 국내 '컬링 대부'로 불린 김경두 전 경북컬링협회장의 사인이 새겨져 있다.

기자가 보관하고 있는 이 컬링 스톤은 경남 거창군 소재 거창화강석연구센터에서 만들었다. 공식 경기용이 아닌 사인을 받으려고 특별히 제작 의뢰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팀킴'의 사인을 담은 컬링 스톤은 지도자와 선수들의 불화로 빛을 잃었다. 평창의 영광이 채 식기도 전인 2018년 11월 '팀킴'의 지도자 갑질에 대한 호소문 사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팀킴'은 은사인 김경두 전 회장과 김민정 감독,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을 원수처럼 여기며 각종 매체를 통해 비난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북컬링협회 살림을 맡은 김 전 회장과 매니저 역할을 한 장반석 감독은 아직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호소문 사태 발단인 지도자 갑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훈련비를 운영비로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팀킴'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9일까지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21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팀킴'은 예선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 베이징 대회 출전 티켓이 걸린 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이 대회에서 2020-2021년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팀킴'은 초반 4연패의 부진을 떨치며 막판까지 선전해 미국, 캐나다와 나란히 7승 6패를 기록했으나 승자승 원칙에 밀려 7위를 차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팀킴'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올 12월 예정된 베이징 대회 추가 출전 3개국을 가리는 올림픽 퀄리피케이션을 통과하면 된다. 베이징 대회는 10개국이 참가하며 세계여자선수권대회 6강(스위스, 러시아, 스웨덴, 덴마크, 미국, 캐나다)과 개최국 중국이 티켓을 확보한 상태다. 올림픽 퀄리피케이션에는 이들 7개국을 제외한 가운데 세계컬링연맹 순위로 7~9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 탈락 국가 중 순위가 높아 무난히 참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림픽 퀄리피케이션에 참가하려면 '팀킴'은 먼저 오는 6월 예정된 2021-2022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야 한다. 2021-2022 국가대표가 퀄리피케이션을 통해 베이징 대회 티켓을 확보하면 직접 올림픽에 나간다.

'팀킴'은 실전 경험이 중요시되는 컬링에서 국내외적으로 최상위권의 경력을 갖춘 데다 팀원 변화도 없어 2021-2022 국가대표 선발전과 퀄리피케이션을 통해 베이징 티켓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팀킴'은 지난 3월 소속 팀을 경북체육회에서 강릉시청으로 바꾸었다. 엔트리 변화도 있었다. 평창 대회 때 후보였던 김초희가 리드로 나서고 김영미가 후보로 대기한다. 팀을 이끄는 스킵 김은정과 평창 대회에서 '영미' 신드롬을 일으킨 김영미는 결혼했다.

아픔을 겪을 때 '세월이 약'이란 속담이 있다. '팀킴'의 호소문 사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선수들이 평창의 영광에 흠뻑 빠져 있을 때 김경두 전 회장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혼을 앞둔 선수들이 있었기에 그는 소속 팀 선수 확대를 꾀했고, 이를 의식한 '팀킴'이 반발하면서 호소문 사태가 발생했다.

김 전 회장 가족들은 각종 기관·단체의 합동 감사와 경찰, 검찰 수사로 파렴치범 취급을 받으며 만신창이가 됐다. 이 과정에서 '팀킴'은 더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기도 했다. 호소문 내용과 수사, 재판 결과를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김 전 회장 가족을 컬링계에서 몰아내고, 복귀를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이들의 배후에 있다는 말도 나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김 전 회장 가족이 '팀킴'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일지라도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는 안 될 것이다. '팀킴'이 인격적인 성숙을 통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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