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우울한 현실…대구 근로소득 최하위, 평균 임금 315만원
제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아…가구주 경상소득 최저 수준
지역기업 "빚 많이 쌓이고 대출 더이상 안 나와, 앞으로도 힘들 것"
"지방 산다고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싸게 사는 건 아니잖아요."
대구에서 2년 차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황모(26) 씨의 월급은 180만원 정도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 주문,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다 보면 저축이나 투자할 여력이 없다. 황 씨는 "소비습관을 문제 삼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소득이 너무 적다"면서 "문제는 대구에 이 정도 금액을 받는 사람이나 혹은 더 적게 받는 사람이 널렸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전국의 소비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는 와중에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근로임금 탓에 대구의 청년들이 울고 있다. 소위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 근로소득을 통해 가정을 꾸리면서 '내 집 마련'을 하기 때문에 낮은 근로소득은 지역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30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대구 근로자 평균 임금은 315만원으로 제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이는 전국 평균(379만원)의 83% 수준이다. 5년 전 전국 평균 임금의 89%보다 임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청년은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근로소득이 낮은 대구에 사는 청년들의 고심은 더 깊다. 통계청(가구주연령계층별)에 따르면 지난해 '29세 이하' 가구주의 경상소득은 3천533만원으로 전국 평균(5천924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강타한 해였던 지난해 평균 가구 경상소득은 전년에 비해 증가했지만 청년 가구주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모 씨는 "벼락거지 안 되려고 가상화폐 투자를 한다"며 "종잣돈을 근로소득으로 마련하는데 벌이가 워낙 적은 탓에 언제 집을 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구에서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도 처우 수준이나 위계적인 조직 문화 탓에 다른 지역으로의 엑소더스(탈출)를 꿈꾼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김모(29) 씨는 "소위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X소기업'이 다 제 경험담이었다. 수당 없는 야근할 때도 정말 많은데,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배모(31) 씨는 "충분히 문제삼을 만한 문화나 처우 문제가 눈에 보이는데, 이걸 굳이 문제삼는 직원들이 없다. 다 똑같이 그냥저냥 사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아무래도 영세사업장이 많다보니, 위계가 있고 그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뒤따르는 조직문화가 잔존해 있어 청년들은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했다.
하지만 대구 청년들의 일터인 지역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대구상공회의소 설문에 따르면, 제조업, 유통·서비스업, 건설업 등 대구 기업 321곳 중 76%는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답한 데 이어, 최근 조사에서는 대구 기업 10곳 중 7곳이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산업에 강한 기업체가 대구엔 많은데, 소비재는 중국 제품에 밀려 가격경쟁이 안 되는 데다가 코로나 때문에 시장이 완전히 전멸됐다"면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야 인건비를 올려줄 수 있는데, 이게 불가능하다. 또 은행은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데, 매출이 안 나오니 대출도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고 했다.
결국 더 나은 여건을 위해 대구 청년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것이 지역의 고질적 문제가 됐다. 대구시가 발간한 '2020 청년희망 대구' 별책부록에 따르면, 서울로 출향한 대구 청년의 71%는 '취업·일자리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북대 졸업생 장모(28) 씨는 지난해까지 지역의 IT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경기도 판교 소재 IT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개발자 인력난으로 임금·처우 인상 붐이 일고 있는데, 대구는 아직 그러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직장을 옮기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는 없고, 임금도 낮으니 청년들이 생존주의 전략을 취하기보다 현실에 그저 체념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청년들이 집 밖에 나가서 경쟁해야 하는데 쉽지 않으니 여전히 부모의 품 안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관계는 지속될 수는 없다"며 "청년들이 의지를 갖고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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