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 취득해도 "땅 사용료 내야"…대법원 첫 판단

입력 2021-04-29 17:16:12 수정 2021-04-29 17:44:32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땅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20년간 산소 등을 관리해 묘에 대한 권리를 얻어냈다 하더라도 토지 사용료를 땅 주인에게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땅 주인 A씨가 해당 땅에서 조상 묘를 관리하고 있던 B씨를 상대로 낸 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14년 자신의 땅에서 조상 묘를 관리하고 있던 B씨에게 토지 사용 대가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A씨는 경매절차를 통해 경기 이천시 소재 한 땅을 사들였는데, 그 땅에 B씨 조부와 부친의 묘가 있었다.

A씨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2014년 10월부터 본인이 갖게 된 이상 B씨가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자신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으므로 토지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맞섰다.

B씨가 주장한 분묘기지권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관습법이다.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은 경우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타인에게 매매하며 묘지 이전에 대해 약정하지 않은 경우 ▷토지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해당 땅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인정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경우는 세 번째 경우다.

1심 재판부는 시간 경과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면 토지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분묘기지 부분에 대한 지료조차 지급받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관습적으로 분묘기지권을 인정한 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 사용을 허락한 것이었을 뿐 땅 주인과 분묘 소유자 중 어느 한 편의 이익만 보호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분묘기지권은 고유한 전통과 관습에 근거해 인정된 것임으로 권리 내용이 민법상 지상권과 동일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