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 수시 비중 늘려, 수도권은 줄어'… 2023 대입전형 시행계획 분석

입력 2021-05-03 06:30:00

수도권과 반대로 비수도권은 정시 축소, 수시 확대
대구경북권 12개 대학이 수시에서 90% 이상 선발
지난 대입에서 정원 미달 사태 겪어 학생 선점 노려
대학 반영기준, 자신의 강점 고려해 선택과목 챙겨야
정시 늘고 수능 최저기준 있어 수능시험 학습 중요

최근 현 고2가 치를 2023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모집이 확대됐다는 게 큰 특징. 특히 대구경북권 대학은 수시모집 비중이 평균 80%을 웃돈다. 지난해 수능시험 성적표가 배부되고 있는 경북고 운동장 풍경. 매일신문 DB
최근 현 고2가 치를 2023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모집이 확대됐다는 게 큰 특징. 특히 대구경북권 대학은 수시모집 비중이 평균 80%을 웃돈다. 지난해 수능시험 성적표가 배부되고 있는 경북고 운동장 풍경. 매일신문 DB

변화가 많아 정치를 두고 생물이라고들 한다. 교육, 특히 대학입시도 그렇다. 대입 제도는 자주 바뀐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그나마 변화하는 제도를 사전에 예고는 해주니 다행이다. 각 대학은 고등교육법 규정에 따라 매 입학년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수립, 공표해야 한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가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고2가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2022학년도 대입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곤 하나 꼼꼼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다. 시행계획에 따른 2023학년도 대입전형의 특징과 대비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2023 대입, 비수도권 수시 확대

2023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전체 수시 선발비율은 78.0%로 전년도(75.7%)보다 조금 는 반면 정시 선발비율(22.0%)은 줄었다. 권역별로 따지면 수도권 경우 정시 모집인원이 전년도에 비해 825명 증가했고 비수도권은 수시 모집인원이 전년도보다 8천669명 늘었다.

수도권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난 것은 서울 상위권 대학이 2023학년도까지 정시 모집인원을 40%대까지 확대한 여파다. 비수도권의 수시 선발비율은 전년도 82.3%에서 2023학년도에 86.1%로 높아졌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비수도권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정시·추가모집에서 어려움을 겪었기에 수시모집 비중을 늘린 것"이라며 "수시에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을 선점하려는 자구책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대구 송원학원이 이번 시행계획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구경북권 22개 대학 중 12개 대학이 수시에서 모집인원의 90% 이상을 선발한다. 수시 모집비율이 86.2%로 전년도보다 4.2%포인트(p) 증가했고, 모집인원도 1천303명 더 늘었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미달 사태로 곤욕을 치른 지역대학들이 안정적으로 수험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수시 모집비율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경북권 22개 대학의 2023학년도 평균 모집비율은 정시 13.8%, 수시 86.2%로 분석됐다"고 했다.

2023학년도에도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기조가 유지된다. 전체 모집인원 34만9천124명 중 23만6천419명(67.7%)을 학생부 위주, 6만9천911명(20.0%)은 수능시험 위주 전형으로 선발한다. 또 수시에선 86.6%(23만6천419명)를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뽑는다.

고른기회 특별전형은 균등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시행하는 제도. 모든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선발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21학년도에 4만7천606명을 선발한 데 이어 2022학년도에는 5만3천546명을 뽑는다. 2023학년도 선발 인원은 5만5천279명으로 예고됐다.

2022학년도부터 수능시험 체제가 '공통+선택형' 구조로 개편됐다. 수능시험 선택과목을 대학에 따라 다르게 지정할 수 있는데 다수 대학은 국어에서 특정 과목을 지정하진 않는다. 반면에 수학 경우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려면 미적분이나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탐구영역도 이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과학탐구 2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대학들이 있다.

지난해 수능시험을 앞두고 대구 한 여고에서 후배들이 고3 선배들을 응원하려고 걸어둔 쪽지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수능시험을 앞두고 대구 한 여고에서 후배들이 고3 선배들을 응원하려고 걸어둔 쪽지들. 대구시교육청 제공

◆2023 대입, 수시든 정시든 수능 챙겨야

대입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전형요소별 장점과 단점을 잘 분석해 맞춤식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학생부 성적과 수능시험 모의고사 성적, 학생부 비교과 영역과 관련된 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어느 대학의, 어떤 전형에 맞는지 잘 따져본 뒤 가장 적합한 유형을 찾아야 한다.

학생부의 교과 성적과 비교과 및 논술 준비가 잘 된 상태라면 수시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수능시험 모의고사 성적이 좋다면 당연히 정시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2023학년도에도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여전히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이런 부분까지 챙겨 전략을 짜고 준비해나가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22학년도에 정시 비중이 30.1%인 서울대가 2023학년도에 이 비중을 40.1%로 늘인다는 점. 그런데 여기 조건이 더 붙었다.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학생부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정시를 노리고 이른바 '수능 올인' 전략을 펴는 데 변수가 생겨버린 셈이다.

김기영 실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산이라 불리는 서울대가 이 전형을 지키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를 승인했다"며 "수능시험 위주 전형에서 수능시험을 몇 % 이상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태도"라고 했다.

2023학년도 대입에선 서울대를 포함해 상위권 대학들이 정시 선발인원을 늘렸다. 정시에선 수능시험이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수능시험의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수능시험을 충실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수시에서도 수능시험 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많다. 일부 대학과 의학계열에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23학년도 정시 수능시험 반영방법을 살펴보면 상위권 대학들 경우 수학 선택과목에서 미적분과 기하 중 한 과목, 탐구에선 과학탐구 2개 과목을 선택해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기준을 토대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학생부는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 수시에선 학생부교과전형 선발비율이 높은 만큼 대학별 학생부 반영교과와 학년별 반영비율을 파악해 내신을 관리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린다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비교과 활동 기록을 쌓는 게 중요하다.

차상로 실장은 "학교 시험에 충실히 대비해야 한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한 공부는 수능시험에도 바로 도움이 된다"며 "정시 확대 추세에다 수시에서 정시로의 이월 인원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시에 좀 더 비중을 두더라도 정시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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