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은 동서고금의 거울로 통한다. 과거를 엿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가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보고 싶거들랑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왕)을 펼쳐 보시라.
햄릿. 인류가 낳은 가장 유명한 캐릭터다. 삼촌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왕)의 복수를 고뇌하는 장면은 단연 백미다.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
이 땅에서의 햄릿이었다면 어땠을까. 생사에 대한 인간적 고민보다는 '(비트코인을)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에 깊은 '물음'을 던졌을지 모른다. 집값은 너무 올라 월급 받고 적금 부어 장만하기엔 진작에 글렀다. 직장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행운이다. 햄릿이 왕족이었기에 망정이지 가붕게(가재, 붕어, 게) 신분이었다면 고민은 더했으리라.
'살까, 말까'를 거듭하는 가붕게 청년이 300만 명이나 된다는데, 낮이나 밤이나 시세표에 꽂힌 600만 개의 퀭한 눈을 생각하면 서글프고 가엾다.
24번이나 뜯어고치고도 부스럼만 키운 부동산 정책은 의처증의 원조 격인 '오셀로'의 의심보다 더 큰 불신이 스며 있다. 이 정부 4년 동안 아파트값이 80% 이상 올랐다고 하니 '양치기'를 믿는 게 낫다.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던 여당 인사는 강남에 살고, "모두가 용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전직 장관은 자식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표창장을 위조했다. 반미를 외쳐 금배지 달고도 자식들은 미국 유학파고 '이중국적' 일색이다. 내로남불투성이인데 이야고(오셀로를 이간질하며 파국으로 모는 인물)가 울고 갈 지경이다. '진실'이 있어야 간계를 써먹지….
코로나19 백신만 해도 의심을 낳게 한다.
'몇천만 명분을 추가 확보했느니' 하는데 얼핏 들으면 백신 부국(富國)이 됐고 코로나를 이긴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백신을 구하지 못해 찔끔찔끔 접종한다. OECD 37개 국가 중 대한민국 백신 접종률은 35위로 꼴찌 수준이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감언이설'에 속아 진실을 보지 못하고 파멸해 가는 늙은 왕의 모습을 그렸다. 부동산, 자영업, 실물경제 등 현장에선 곡(哭)소리가 나는데 이상한 통계를 들이대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정부를 보면서 왕의 모습이 스친다. 정부는 이제라도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대책 등 실패한 정책들은 수정해야 한다. 아직 민심을 되돌릴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
'맥베스'에는 마녀의 예언에 현혹되고, 아내의 부추김에 섬기던 왕을 살해하는 장군이 등장한다. 장군 맥베스는 권력 유지를 위해 시작한 범죄를 멈추지 못하고 결국 몰락한다. 실정을 감추려고, 정권을 유지하려고 더 큰 무리수를 두는 정부처럼. '문자 폭탄'을 동원하며 '마이웨이'를 부추기는 강성 친문처럼.
지금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586들은 어려움 없이 자랐다. 배고픔을 끊으려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사막에서 '달러'를 벌어야 했던 고단한 시대를 비껴갔다. 높은 스펙인데도 바늘구멍 취업은 고사하고 구멍조차 없는 요즘 청년들과 달리 'F학점'이 즐비해도 취직만 잘했다. 헐값에 집도 샀다.
어느 하나 부족함 없었던 586들을 보고 조국 근대화를 위해 몸 바친 베이비붐 세대와, 꿈도 희망도 없이 비트코인의 대박 인생에 내몰리는 2030은 반문할지 모른다. "세상이 그리 쉬웠냐고, 만만했냐고."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사랑의 신 큐피드를 소경(장님)으로 묘사한다. 사랑(큐피드)은 눈이 멀었기에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상대에게 다가간다. 정치적 유불리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한 정부와 정치가 이제라도 펼쳐진다면 대한민국의 비극에도 '한여름 밤의 꿈'이 실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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