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문재인 정권은 왜 4년간 '아사리판' 가상화폐를 방치했을까?

입력 2021-04-28 06:00:00

블랙홀 가상화폐, 코스피+코스닥 보다 많다!
잡코인 난립과 속임수, 피해자 보호책 없다
규제 Vs. 반발, 대책없는 文정권의 딜레마!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문재인 정권이 인정할 수도 없고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방치해 왔던 가상화폐 시장은 지금 자금과 투자자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의 실명 확인 계좌 수만 250만1천769개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4조6천19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배나 늘었다.

이달 24일 국내시장에서 가상화폐의 하루 거래 금액만 28조원으로, 코스피(15조6천533억원, 23일)와 코스닥(13조6천727억원)을 합한 것보다 많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은 '언젠가' 폭발하며 우주의 환경을 바꾼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시장은 곧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우려다.

▶방치된 가상화폐, 피해자 보호 대책 전무!

지난 25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국내 2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지주회사 빗썸홀딩스 지분 65%를 보유한 최대 주주 이모(45) 씨를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씨는 2018년 10월 BXA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12곳에 공통으로 사용하도록 상장하겠다면서 300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300여 억원을 모았지만 BXA는 빗썸에 조차 상장되지 않았다. BXA의 가격은 2019년 9월 2원으로 폭락했다.

국내 2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대주주의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와 임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금융당국이 거래소 등록을 거부할 수 있지만, 최대 주주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 탓이다.

이달 20일 상장한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은 25일 오후 7시 현재 9천900원에 거래됐다. 첫 거래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50원에서 5만 원대로 10만% 넘게 폭등했다가 닷새 만에 5분의 1 토막이 났다. 주식시장에 만일 이런 일이 빚어졌다면 금융당국에 비상이 걸렸겠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서 '조치'는 전무했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만 올해 1, 2월 신규 상장된 가상화폐는 46개이다. 2018년 116개, 2019년 154개, 지난해 230개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수많은 다른 군소 거래소를 모두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가상화폐들이 상장되고 유통되는 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기 어려울 지경이다.

가상화폐의 상장 가격과 발행 물량, 공시 등은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이 마음대로 결정한다. 상장 심사는 거래소 자율이다. 재단과 거래소가 짬짜미를 한다면 뭐든지 제멋대로 할 수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검증이 안 된 '잡코인'들이 무더기로 상장돼 투자자를 유인하는 아사리판(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때 국내 거래 규모 4위였던 거래소의 대표가 수억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받고 특정 기업이 발행한 코인을 상장해 주고 거래 편의를 봐준 혐의로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국내에 난립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200여 개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는 투자자 보호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공시 규정조차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코인 재단이 허위 공시를 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영향 탓인지, 25일 현재 국내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에는 178개, 빗썸에는 174개, 코인원에는 188개의 가상화폐가 상장되어 있다.

반면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는 58개의 코인 만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고, 유럽 최대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는 21개,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의 경우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오직 5개 코인만 상장되어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한폭탄' 가상화폐, 대책은??? Vs. 책임은 투자자에게!!!

급기야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가상 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 있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될 수 있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더기 폐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에 앞서 지난 15일 "암호자산(가상화폐)이 지급 수단으로 제약이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커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과 아무런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이 4년이 되어가도록 가상화폐에 대해 원론적 책임 떠넘기기 '발언' 만 했을 뿐,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국회 발언이 알려지자, '30대 직장인'이라는 청원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진사퇴 촉구'라는 청원을 통해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는 암호화폐는 투기라며 규제를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2030 세대가 이에 격하게 공감하면서 청원 이틀 만에 11만명을 넘어섰다.

2030 세대들의 엄청난 반발에 놀란 민주당에서는 내년부터 걷기로 한 가상화폐 소득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말 국회 180석 이상의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범여권은 소득세법을 개정, 가상화폐를 팔아 얻은 기타소득이 연 250만원을 넘을 경우 20% 세율로 분리 과세하도록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모순'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상화폐에 투자한 2030 세대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 영끌이'에 나선 2030 세대 투자자의 성난 민심에 놀란 집권 민주당은 이번 주 중으로 '가상화폐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시장을 안정시킬 묘수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를 통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로 수백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이것조차 뽀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이달 1~13일 5대 시중은행에서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천759만7천달러( 약 1천90억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929만 달러)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중국 이외 국가로의 송금액은 1억5천428만달러로 지난해 월평균 금액보다 오히려 43%나 줄었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아사리판(난장판) 가상화폐 시장을 알고도 방치한 것이 '무능' '무책임' 탓인지, 아니면 '뭔가를 의도한 결과'인지 합리적 의구심은 다양한 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가상화폐 시한폭탄이 터지는 날, 무수한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우리 사회·경제 전 부분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