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경희대 교수
4·7 재보선 후 보수 진영 분란 조짐
김종인-野 중진 설전 눈살 찌푸려져
내부 비방·총질 과거 회귀한 모양새
역사의 교훈 얻기는 야당 하기 나름
솔직히 조마조마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의 완승을 보면서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 41개 자치구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록을 남겼다. 한판승에도 불구하고 불안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오세훈·박형준 시장에 대한 염려가 첫 번째다.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인상적인 시정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번 선거가 예비고사라면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본고사라 할 수 있다. 두 도시 주민은 물론 국민 모두 그들을 주목할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시장 하나만 바뀌었을 뿐이다. 의회는 말할 것도 없고 박원순 전 시장이 오랜 시간 양성해 온 무늬만 시민단체인 정권 호위 세력들이 안팎을 둘러싸고 있다. 그들의 견제와 방해를 뚫고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서울과 부산의 중간 성적표는 그들의 재당선뿐 아니라 보수 우파 진영 전체의 성적과 연동돼 있다.
다른 우려는 야당 내부의 문제다. 고난을 함께하긴 쉬워도 영광을 함께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여당이던 새누리당 시절 2016년 총선 이래 2020년 총선까지 연전연패를 거듭해 왔다. 상대가 강력해서 진 것이 아니라 내부 분열로 인한 자멸이었다. 그러던 국민의힘이 한 번의 작은 승리에 취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야당 역할을 잘해서 이겼다는 답은 1.5%, 후보들이 잘해서라는 응답은 1.3%라고 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나 초·재선 의원들의 반성문 등 야당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분석이다. 그런데 왜 다시 분열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일까.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과거에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며 비대위가 일상화되었을 때 패배도 습관이 된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조롱거리를 남긴 2016년 총선이 보수 분열과 자멸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160석, 자칫(?) 180석을 장담하던 새누리당이 122석의 제2당으로 전락한 내막은 친박·친이계의 공천 다툼이었다. 조기 대선을 불러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분열이 원인이다. 새누리당만 단합했다면 찬성 234표로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1.0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승패가 정해진 선거 치고는 의외의 결과였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후보 표를 합산하면 52.2%. 역시 분열의 결과 스스로 승리를 넘겨준 셈이다. 여권이 기획한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의 대형 쇼가 압도한 2018년 지방선거는 논외로 하자. 2020년 총선은 야당에 유리한 분위기로 출발했다. 대통령 임기 3년 차,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취업난 등 여권에 불리한 소재가 즐비했다. 결과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합쳐 103석. 보수 정당 역사상 가장 적은 의석수의 참패였다. 코로나 사태, 재난지원금 살포 등이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스스로 연출한 분열과 추태가 큰 몫을 한 것은 명백하다.
4·7 재보선 후 야당과 보수 진영은 다시 분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이겼어야 하는데 대승하는 바람에 긴장이 풀린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원내대표, 당 대표 선거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야당 중진들의 거친 설전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야권 통합,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직 대통령 사면 등을 둘러싸고 야당 내부의 상호 비방과 총질 또한 과거로 회귀한 듯한 모양새다. 한때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제는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진보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로. 보수 야권의 분열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스스로 망친다면 한국의 정치 격언으로 굳어질 것이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역사의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고 한다. 역사에서 한 가지 배우는 게 있다면 역사로부터 전혀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는 정반대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훈을 얻기를 바라지만 역사에서 배우는 게 있을지는 야권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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