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각하'…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이 제기 1차 소송 '승소'와 상반된 결과
서울중앙지법 "국제관습법상 '국가면제의 원칙' 예외 인정할 수 없어"
법원이 일본군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이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이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은 '한 주권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국가면제'(주권면제)의 원칙에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상대로 유럽 여러 국가에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를 들면서 "국가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면 강제 집행 과정 등에서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2015년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외교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있고, 일부 피해자는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현금을 수령해 권리 구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고, 대한민국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회복하는 데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 등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당시 부장판사 김정곤)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12명이 낸 소송에서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이용수 할머니는 법원을 나서며 "너무 황당하다.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갖고 가자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외교부는 이날 "판결 관련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인바,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면서 "다만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같은 법원에서 3개월 만에 상반된 판결을 내린 만큼 항소심 등 향후 재판에서도 '국가면제'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봉태 변호사는 "재판부의 성향이나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일본을 상대로 한 사건에 우리 법원이 다양하고 신중하게 심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며 "항소한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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