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심 광화문네거리까지 거리는 12㎞쯤 된다. 대구 수성구 시지에서 반월당네거리 거리와 비슷하다.
국회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으면 1시간 전쯤 사무실을 나선다. 그러고는 국회 앞에서 택시나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려 약속 장소를 찾아 걸어가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국회 부근에선 버스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아무리 붐비는 러시아워 때라도 버스를 이용하면 제 시간에 목적지 도착이 가능하다.
서울 시내버스 교통의 마법은 중앙 버스전용차로다. 버스전용차로가 대구처럼 가로변이 아닌 중앙선 양쪽으로 설치돼 있다. 이 차로는 막힘이 없다. 신호 주기도 버스에 맞춰져 있어 지‧정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서울은 총 207.9㎞의 버스전용차로 중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60%인 124.2㎞에 이른다. 변두리 도로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간선도로에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운용되는 셈이다.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워낙 잘 운용되고 있으니 83.7㎞에 이르는 가로변 전용차로도 다른 차들의 방해가 적다. 일반 운전자들이 버스전용차로로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상태이다 보니 가로변 전용차로로도 다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에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인도 유동 인구 감소를 이유로 상인들이 반대하고, 신호 체계 등이 복잡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컸다. 공사 기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반대 요인이었다. 예산 부담도 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의회와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 시민에게 맞는 대중교통 체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만약 대구에서라면 출퇴근 시간에 시지에서 반월당까지 버스로 1시간 만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대구 최대 혼잡 지역 중의 하나인 범어네거리에서 만촌네거리 부근.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저녁에는 늦은 밤 시간까지 인도 쪽과 가까운 4, 5차로는 밀려든 차량들로 북적댄다. 가로변 1개 차로가 버스전용차로이지만 무용지물이다. 버스는 곡예 운전을 해서 1, 2차로로 비집고 나왔다가 다시 다음 정류장 승객을 위해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차량들이 뒤엉키기 일쑤.
서울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풍경이다.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세종, 부산, 인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구시도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를 벌써 십수 년 전부터 검토는 했다. 다만 아직까지 검토에 그치는 것이 문제. 최근 주무 부서에서 시범 실시를 추진했으나 1㎞에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결국 폐기 처분했다고 한다. 실제 이 정도 예산이 수반되는지에 대해서는 용역 결과 보고서 등이 공개되지 않아 알 길이 없지만 혼잡이 극심한 일부 구간만이라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중앙 버스전용차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지금 있는 버스전용차로 운용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불법 주정차, 택시 및 자가용 승‧하차가 예사로 일어난다. 대구버스운송조합 측은 이런 전용차로는 없는 게 낫다며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대구시장이나 시장의 오른팔 격인 정무특보 모두 서울시에서 행정을 배우고 집행한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의 관심 영역에 대구 버스 운송 체계 개선이 삽입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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