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인턴이 들어왔다. 병원에서는 신규인턴을 대상으로 희망전공과 설문조사를 한다. 그런데 올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및 흉부외과 등 소위 바이탈과 지원은 한 명도 없고, 반수가 응급환자가 적고 환자부담이 적은 영상의학과·마취과·정신과 3개과에 몰렸다고 들었다.
특정과 지원이 몰리는 건 해마다 어느 정도는 있는 일이지만 워라밸을 지향하는 MZ 세대의 취향을 보다 확고히 반영하는 것 같아 올 한해로 끝나지 않을 이 문제를 어찌하나 고민스럽다.
지난 해 의료계의 화두는 당연 공공의대, 공공의료원 설립이었다. 언론에서는 매일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목청높이지만 의료계는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올해 대구 5개 수련병원 모두 인턴, 전공의 모집은 미달이었다. 이건 대구의 의대 정원이 부족해서일까.
내가 의대를 다니던 시절 서울경기권 학생은 한 학년에 1명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대정원의 30~40%를 차지한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후 서울로 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모교병원에 지원하면 합격할 걸 알면서도 대구 학생들 또한 서울로 지원한다.
올해 서울쪽 인턴경쟁률이 2대1, 3대 1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서울로 몰려갔다. 내외산소의 지원이 없어 지원만하면 붙을 걸 알면서도 인턴들은 영상의학과 정신과 마취과에 지원한다. 5대 1, 6대 1의 경쟁률을 알면서도.
이들에게 지역에 공공의료원이 생겼으니 지원하라고 하면 마취과 영상의학과를 마다하고 공공의료원에 바이탈과를 지원하러 갈까.
예전에 강원도에 산부인과가 없다가 근사하게 병원이 생겼는데 정작 의사가 없어서 진료받기 힘들었다는 인터넷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방의사의 연봉이 2억이 넘는다'는 자극적인 기사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건 지금 네이버 카카오직원들의 평균연봉이 1억을 넘어가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 것이다. 단위면적 당 아파트수를 비교해 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이 월등히 많지만 인구수에 비하면 공급은 부족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골보다는 모든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도시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보다 인구가 많고(환자 많고) 지방보다 인프라가 더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 거다. 지방인구가 적으니 지방에 아파트를 더 짓는다고 서울사람들이 지방에 몰리게 될까?
바이탈과 기피현상도 마찬가지다. 강원도에 근사한 산부인과병원을 지었는데 왜 그 산모는 의사가 없어서 진료받기 힘들었을까.
이런 불균형에 대해 의사의 공공성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쿠테타가 터지고 있는 미얀마에 종군기자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기자정신이 없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탈과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괜찮지 않은 의사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소아과가 한참 지원이 없다가 갑자기 2대 1까지 뛰어오른 해가 있었다. 그 해는 소아과 수가가 올랐던 해였다. 의사들이 공공의료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근본 문제는 그대로인 채 특정 과 특정 지역 의사가 부족하다고 병원만 짓는다고, 의대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말그대로 바이탈을 다루느라 힘든 바이탈과에 대한 적정한 수가보전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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