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7x91cm Oil Stick on Panel (2019년)
김재경 작 '산책' 116.7x91cm Oil Stick on Panel (2019년)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게 된 가장 큰 단초는 '괴로움'이었다. 생로병사가 되풀이 되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뭇 중생들이 벗어나지 못함은 바로 괴로움 그 자체와 괴로움의 발생 원인,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싯다르타가 밝힌 괴로움의 유형이 8가지(八苦)였는데 그 중 하나가 '원증회고'(怨憎會苦)로,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들, 원수 같은 인간, 죽도록 꺼리는 사물과 만나 함께 살지 않을 수 없는 고통을 말한다.
뱀보다 더 징그럽고 똥보다 더 구린 놈이 있다. 생물도 아닌 것이, 무생물도 아닌 것이 1년 2개월여 전 문득 나타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인들 곁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일상을 옥죄고 있는 바로 그 놈, 코로나19. 눈에 보이기만 한다면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러 터뜨려 없애버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껏 살다보면 나에게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환경(객관세계)이나 대상은 결코 잘 바뀌질 않는다는 점이다. 바뀌지 않는 환경을 백날 탓해봐야 나만 더 괴롭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나를 바꾸면 어떨까?
김재경 작 '산책'은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방법적 해답을 메시지로 던지고 있다. 그 메시지는 일상의 여유, 즐거운 감정, 자연과의 만남이다. 보라! 산책은 실제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걷는 것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정신의 휴식, 내면과의 만남을 이끌어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잠시 삶의 번잡함을 떨치고 그냥 걷다보면 자신의 내면도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를 얻는다.
그림은 판넬 위에 오일스틱으로 간단하게 터치하는 식으로 그려져, 아름답고 청정한 산소가 물씬 뿜어져 나오는 숲의 전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천진한 아이의 표정과 동행한 개 한 마리는 이미 그 어떤 녹음 짙은 숲이나 정원에서의 산책보다 행복한 것 같다.
오일스틱은 농축 안료과 잇꽃, 홍화씨 오일을 섞어 만든 스틱 형태의 유화물감으로 크레파스를 쓰는 것처럼 편하고 즉흥적인 그림 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김재경은 이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울적할 때마다 자주 들렀던 신천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전 스케치 작업 없이 떠오르는 이미지를 즉석에서 그린 것 같다.
"정신이 피곤하고 기력이 나태해졌을 때, 공원에 들어가 한가한 걸음걸이로 소요하고, 꽃향기를 맡으며 아름답고 고운 경치를 감상하면, 가슴이 맑아지고 심신이 상쾌하여 고달픈 모습이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유길준이 '서유견문'에서 쓴 글이다.
다행히 대구 신천에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연두색 엷은 이파리들이 이제는 제법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옥죄이고 있는 일상을 봄꽃의 싱싱한 생기와 짙어가는 녹색의 이파리들이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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