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종교간 대화 2

입력 2021-04-21 06:30:00

전헌호 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이던 때에 종교 다원화의 세계에서 종교 상대주의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의 보편성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자 개신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에 속한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심지어 가톨릭교회 안에서마저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자초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문제는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타종교들을 대화의 상대로 삼을 만큼 동등하게 인정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2001년 7월 25일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이민과 종교간 대화>라는 담화문에서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경계심과 편견, 두려움의 장벽을 없애고, 다수파 종교인과 이민으로 구성된 다양한 종교의 소수파 종교인 사이에 대화와 상호 관용이 필요한 것이다. 대화는 모두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대화를 위해서는 인간관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소박하고 일관된 일상의 행동이 요청된다고 했다.

대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인내와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대화를 추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해야 하고, 신념을 가지고 자기 신앙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과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교황은 다른 사람과 참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려면 자기 신앙을 분명하게 증언해야 한다는 것도 주지시켰다. 이러한 진실한 대화 노력은 서로의 차이만이 아니라 때로는 모순까지도 받아들이고, 사람들이 자기 양심에 따라 내리는 자유로운 결정을 존중할 것을 전제한다.

대다수 국민이 그리스도교와는 다른 신앙을 고백하는 나라들에서도 더불어 사는 연대의 삶이 이루어져야 한다. 존중과 연대의 문화는 특히 다문화, 다종교 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신에 스며들어야 한다. 환대와 상호 개방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 더 잘 알게 되고, 다양한 종교 전통들 안에도 귀중한 진리의 씨앗들이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에서 출발한 대화는 진리와 선에 열려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종교 간 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교황은 이러한 대화가 종교적 무차별주의에 바탕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대화하면서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는 희망을 분명하게 증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대화에서 신앙의 선물을 감추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들어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각 종교 전통에 대한 상호 존중과 존경은 사회 평화와 화합의 증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대화와 협력을 위한 교육은 폭력의 원인을 극복하고 상호 이해와 존중의 정신을 조성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대화를 하려면 자신의 전통을 알고 다른 종교들과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대화는 다른 사람들의 종교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종교 전통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종교들 사이의 객관적 차이점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각 종교 공동체는 자기 신자들에게 대화의 정신을 가르칠 자기 나름의 방법을 고안하고, 공동체 안에서 대화의 태도를 가장 잘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대화에는 서로의 신앙과 관습에 대한 정확한 정보 교류를 촉진하는 공동의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

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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