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탐구 영역 선택과목에 대한 고민…문·이과 통합형 수능 속 숙제

입력 2021-04-19 06:30:00

문·이과 통합형,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 수능
고3 문과생이 수학에서 너무 불리하다는 지적도
확통, 미적 중 어느 것을 고를지 고민인 문과생들
관련 정보 적어, 가성비 따져 강점 있는 과목 선택
탐구에선 3학년 1학기 과목, 흥미 등 고려해 선택

이번 수능시험은 문·이과의 경계를 허문 통합형 시험이다. 국어와 수학엔
이번 수능시험은 문·이과의 경계를 허문 통합형 시험이다. 국어와 수학엔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가 처음 도입된다. 바뀌는 것이 적지 않은 만큼 수험생들이 고려해야 할 것도 늘었다. 선택과목을 고르는 것부터가 고민거리다. 지난해 수능시험이 치러진 대구여고 시험장 모습. 매일신문 DB

2022학년도 수능시험은 11월 18일 치러진다. 이 시험은 '문·이과 통합형'이자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 갈 수 있는 길은 많은데 관련 정보가 부족해 어느 길을 택하는 게 좋을지 망설여지는 꼴이다. 특히 수학에선 가뜩이나 이 과목에 상대적으로 약한 인문계열 학생(문과생)들이 더 불리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를 둘러싼 논의와 탐구 영역 선택과목 고르는 법 등을 살펴봤다.

◆고3 문과생 불안? 수학 선택과목 고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Q&A 자료집'에선 국어와 수학 영역의 출제 범위와 문항 수, 배점 등을 소개하고 있다. 공통과목, 선택과목의 출제 과목별 문항 수를 상세히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수학은 공통과목 22개 문항(객관식 15개, 단답형 7개)과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8개 문항(객관식 6개, 단답형 2개)이 출제된다. 공통과목 객관식은 2~4점, 단답형은 3~4점짜리다. 선택과목 중 객관식의 배점은 2~4점, 단답형 배점은 4점이다.

공통과목은 74점, 선택과목은 26점이 만점.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시험이라 수학 공통과목(수학Ⅰ과 Ⅱ)의 난이도는 종전 인문계열 학생들이 치르던 수학 나형보다 오를 수밖에 없다"며 "출제 비중이 높은 수학Ⅰ의 수열, 수학Ⅱ의 미분 단원에 집중해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시험이라곤 하지만 실제론 두 계열이 구분된다. 인문계열 수험생은 보통 '확률과 통계', 자연계열 수험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 그러나 등급과 점수는 계열 구분 없이 모아 산출한다. 상대적으로 수학에 약한 인문계열 학생은 불리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투스
이투스 '학력평가 풀서비스'를 통해 본 3월 학력평가 수학 1~5등급 내 선택과목별 응시 비율.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제공

이런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가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뒤 사내 '학력평가 풀서비스'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학생들의 점수를 분석한 결과 수학 1, 2등급 분포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 각각 82.7%, 64.6%를 차지했다. '확률과 통계'를 택한 학생의 1, 2등급 비율은 각각 8.8%, 27.8%에 그쳤다.

이번 수능시험에선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한 선택과목 점수 조정' 방식을 거친 뒤 수학(국어도 마찬가지) 영역 응시생 전체를 대상으로 최종 표준점수를 산출한다. 특정 선택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나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쉽게 말하면 어려운 선택과목 응시생들의 점수를 상향 조정해준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미적분을 택하는 게 답일까.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우선 자신이 좋아하고 강점이 있는 과목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원점수에 대비해 어떤 점수대에서 어떤 선택과목이 더 높은 점수로 산출될지 짐작하긴 쉽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 소장은 "'확률과 통계'에 비해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다소 높게 나온다고 해도 수학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인문계열 학생이 부담 없이 미적분을 선택하기도 어렵다"며 "미적분의 학습량이 '확률과 통계'보다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학습 시간 등 소위 '가성비'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탐구 영역에서의 과목 선택 전략

이번 수능시험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다. 수학, 국어 외에 탐구 영역도 그 영향을 받았다. 예년엔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 중 하나를 선택해 2개 과목을 응시해야 했는데 이제는 사회 탐구와 과학 탐구의 경계가 무너졌다. 사회 탐구 9개 과목, 과학 탐구 8개 과목 등 모두 17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자연계열이지만 과학 탐구 과목 2개를 선택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 인문계열이지만 과학 탐구의 특정 과목에 관심이 있는 수험생 등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게 대구 송원학원 측의 분석이다. 어떤 과목에 수험생이 몰릴지, 어떤 과목을 기피할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제대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고르면 남은 기간 과목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3학년 때 수능시험 준비에 전념하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새로운 과목을 공부하기엔 부담이 크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과목을 선택해 끝까지 밀고 나가란 얘기다.

각 대학이 수능시험 선택과목을 어떻게 지정하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 대학에서 인문계열은 특별한 지정 영역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 반면 자연계열은 의학계열, 상위권 대학 경우 수학 영역은 미적분 또는 기하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탐구 영역에서도 과학 탐구에서만 2개 과목을 고를 수 있게 제한한다.

전년도에 일부 상위권 대학은 과학 탐구에서 2개 과목을 선택할 때 세부적인 제한을 두기도 했다. 같은 과목만으로 Ⅰ과 Ⅱ를 선택하지 못하게 했다. 가령 물리학Ⅰ과 물리학Ⅱ를 선택할 수 없고 물리학Ⅰ에다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올해는 서울대, 연세대 외에도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가 추가로 과학 탐구 선택과목에 대해 이런 세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건 과목에 대한 흥미다. 그래야 공부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고, 즐기다 보면 성적도 더 잘 오를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학 진학 후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의 면접, 논술고사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고3 수험생은 1학기 내신 관리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1학기 교육과정에 있는 과목을 선택한다면 학습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수능시험과 학교 시험을 모두 대비할 수 있어서다"며 "작은 차이로 백분위나 등급이 크게 달라지지 않게 응시생 수가 많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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