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불확실성 커져…월평균 복권 지출액 7.2% 증가
로또는 통합 발행 후 최대 판매…전문가들 "사회가 불안할 때 생겨나는 현상"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점집이나 복권을 찾는 청년들이 부쩍 많아졌다.
취업준비생 김선영(28) 씨는 시험·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점집을 찾는다. '붙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질 때 대화를 하면서 위안을 얻기 위해서다. 김 씨는 "위안을 받으려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는데,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고 도움되는 조언을 많이 해줘서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공시생 이모(25) 씨는 "코로나 이전에 프랑스에 유학가려고 델프(프랑스어 공인 자격증)도 땄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돼 오랫동안 우울감에 빠졌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점을 봤는데, '이 시기만 버티면 무조건 잘 된다'는 말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방문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게 무속인들 얘기다. 6년차 무속인 류혜정 씨는 "졸업은 했는데 취업 못한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점을 보러 오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무속인 박규하 씨도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바닥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면서 "최근엔 경제 사정이 안 좋아 부부 사이에 금이 간 젊은층의 방문도 있는 편"이라고 했다.
대구 달서구 한 로또방에는 금요일 해 질 녘이면 로또를 사러 오는 인파로 북적인다. 40여 명이 10m 이상 줄지어 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매주 이곳을 찾는다는 20대 부부는 "한푼 두푼 모아 언제 집을 사고 자식 교육을 시키겠느냐"며 "경제적 자유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서인(32) 씨는 "지난해 코로나로 다니던 직장이 갑자기 어려워지게 되면서 부모님 눈치도 많이 보이고, 남들처럼 주식에 투자할 만한 자금은 없어 복권방을 찾는다"고 했다.
복권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상품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2.3% 줄어든 반면 월평균 복권 지출 금액은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로또 판매액도 2004년 통합 발행 이후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은 기존에 있는 사회시스템이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정부가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행정체계 등에 불신이 형성된다"며 "청년들이 점집을 찾는 것은 당장 미래를 알 수 없어서 절대적이거나 미신적인 존재 등 외적인 힘에 의존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덕현 사회문화 평론가는 "사회가 노력한 만큼 보상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낮기 때문에 요행과 사행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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