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대신 앱 처방하는 세상
게임은 재밌다. "왜 재미있을까?" 라는 말이 필요없이 그냥 재밌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뿐만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게임이 진행되는 뇌파 게임도 이미 나와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게임과 같이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신기한 게임들도 개발되어 있다.
요즘 게임은 옛날 게임이 아니다. 예전에는 한 두 사람이 게임을 즐겼다면 이제 축구나 야구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의 형태로 발전했다. 그런데 게임은 긍정적이고 밝은 면뿐만 아니라 게임중독이라는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다.
최근 게임중독이 건강을 해친다는 정도를 넘어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말도 들려온다. 이에 반해 어떤 게임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쓰인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처럼 병도 주고 약도 주는 게임의 속사정은 뭘까?
◆게임 한 판 어때?
"어떤 게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세대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시대에 따라 유행했던 '애니팡', '카트라이더', '겔러그', '테트리스',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화투', '장기' 등 많은 게임이 있다.
이제 게임을 자기가 직접 하기보다는 야구경기를 관람하듯이 그저 관람하며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을 'e스포츠'라고 부르는데 2017년에 e스포츠 경기 현장을 찾은 사람이 21만 명이나 되었다.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외 스포츠 경기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e스포츠대회는 정상적으로 개최되었다. 작년에 열린 '제12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에서 지역 본선에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가 1,396명이나 되었다. 정식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카트라이더' 등이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뉴주는 올해 세계 e스포츠 매출액이 1조9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게임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WHO, 게임중독=질병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데 사실일까? 맞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부터 '게임중독'을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병이라고까지 말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는 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결정하였고 질병코드(6C51)도 부여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적용은 내년부터다. 그렇지만 게임 자체를 질병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을 도박중독과 같은 중독성 행위 장애로 정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이러한 결정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게 일었다.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뿐만 아니라 정부부처나 단체들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는 의견을 내놨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e스포츠가 발달하면서 최근 대통령배 e스포츠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의 경우 부산진구에서 올해 e스포츠팀도 창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e스포츠대회에 출전하는 실력있는 선수라면 맨날 게임을 하는 게임중독자가 아닐까? 그럼 이들을 모두 환자로 봐야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수년전부터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특히 청소년의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게임과 몰입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80퍼센트 정도가 게임을 하고 있으며 2퍼센트가 게임중독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비율이 55퍼센트나 된다. 최근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를 일으킨 범인도 게임중독에 빠져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게임중독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한다. 이러한 게임중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방법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게임의 반격, 디지털치료제 게임=질병 치료제
병이 생겨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먹는 약 대신에 게임을 처방해주면 어떨까? 의사가 처방해 준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열심히 게임하면 병이 치료된다니. 마치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 같다. 그런데 이것은 벌써 현실이 되었다. 게임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제 게임이 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먹는 알약이나 주사약과 같은 것을 약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 손에 잡히지도 않고 먹을 수도 없는 소프트웨어도 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세대별 약의 종류를 보면 1세대가 합성의약품이고 2세대가 바이오의약품이다. '머리로 먹는 약', '3세대 신약'으로 디지털치료제가 등장했다.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만든 소프트웨어다. 따라서 디지털치료제가 엄연히 치료제이기 때문에 식약처나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국가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후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이 가능하다.
디지털치료제는 병을 치료하는 신약처럼 쓰이지만 식약처에서 신약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것이다. 보통 의료기기라고 하면 초음파기기나 MRI 등을 떠올리지만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도 공식적으로 의료기기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치료제가 나왔다.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 기업이 만든 '리세트(reSET)'라는 스마트폰 앱이다. 이것은 술과 대마 등의 약물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하는 치료제로서 미국식품의약국의 허가를 2017년 9월에 받았다. 따라서 리세트는 일반인이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가 사용하는 앱이다. 이외에도 2018년 12월에 미국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리셋-O' 등 여러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되어 있다.
세계 최초로 질병을 치료하는 게임도 개발되었다. 미국식품의약국은 2020년 6월에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 기업이 개발한 '인데버(EndeavorRx)' 게임을 디지털치료제로서 허가했다. 인데버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기 위한 게임이다. 이제 의사가 8~12세 어린이 ADHD 환자에게 이 게임을 처방해서 치료를 위해 사용하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인지결핍 장애와 신경정신과 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디지털치료제는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뇌졸중, 치매, 파킨슨, 불면증, 당뇨, 자폐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실제로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 디지털치료제는 연평균 20퍼센트 성장률로 고속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 세계시장 9조7천억원 정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그랜드 뷰 리서치에서 발표했다. 이는 2016년에 비해 5배나 커진 규모다. 이처럼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앱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시대에 다음에는 어떤 신기한 것이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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