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국제마라톤대회의 딜레마

입력 2021-04-18 06:00:00

코로나19 자구책으로 언택트 레이스…유명무실한 국제대회 정비 필요

2021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4월 한 달간 언택트 레이스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대회 출발 모습. 매일신문DB
2021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4월 한 달간 언택트 레이스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대회 출발 모습. 매일신문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전체를 강타하는 가운데 스포츠도 치명타를 입고 있다. 스포츠의 기본 가치가 흔들릴 정도다. 체육계는 대회 무산 등으로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구시체육회는 지난해부터 각종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하면서 전체 예산의 30% 이상을 대구시에 반납하고 있다. 종목 가릴 것 없이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올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비대면의 언택트 레이스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시체육회가 주관하는 2021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지난 1일부터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대회는 지난 2001년 대구마라톤대회로 출발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이어지는 화려한 영광을 맛보며 성장했다. 올 대회가 스무 번째다. 여느 마라톤대회와 마찬가지로 수천에서 1만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기에 선거직인 자치단체장의 구미에 맞는 행사다.

2001년 대회 창설 당시의 구호는 '월드컵 성공기원'이었다. 생활체육 대구시육상연합회가 전국적인 마라톤 붐에 편승, 마련한 대회였다. 이후 대구시와 대구시체육회가 나서면서 대회 규모를 키웠다. 대구시가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국제 스포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이 대회는 큰 밑거름이 됐다.

마라톤 동호인의 마스터즈 대회(하프, 10km)로 열린 이 대회는 2008년 국내 엘리트(풀코스) 부문을 장착했고 2009년에는 국제 부문을 추가, 현재 모습을 갖추었다.

이번 언택트 레이스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대회를 열지 못한 주최 측이 고심해 마련한 대회로 여러 모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새로운 마라톤이 시작된다'는 구호 아래 엘리트(하프), 마스터즈(누적 10km 이상, 학생 플로깅) 부문에 전국에서 1만2천262명이 참가하고 있다.

학생 플로깅(Plogging) 부문은 처음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어려운 점에 착안, 대구시교육청·자원봉사센터와 협업해 환경을 지키는 운동과 봉사활동을 연계했다.

이번 대회는 접수부터 최종 레이스까지 비대면으로 운영되며 별도의 칩이 없이 자체 개발한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전용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체력에 맞는 거리를 누적해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일반 마라톤대회와 달리 4월 한 달 동안 달린 누적 거리를 기록으로 인정하는 점도 특이하다.

엘리트 언택트 레이스는 월드 애슬레틱스(WA),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14개국에서 210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있다. 세계 4위 수준의 2시간 2분대 기록 보유자도 참가 중이다. 국제와 국내 남녀로 나눠 상금도 걸려 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는 2013년부터 세계육상연맹의 실버 라벨을 획득하고 있다.

세계 최초 언택트 대회라고 홍보하며 국제마라톤대회를 이어가지만, 대구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예산 투입 대비 도시 홍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회 참가 외국인 선수 규모와 기록 수준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참가 선수 대부분은 아프리카 케냐,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선수 초청비와 상금에다 국내 공중파 방송 중계비용까지 부담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회라는 지적이다. 대회 코스와 날씨도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에는 좋지 않다.

이에 대한 체육 관계자들의 지적에 대구시는 국제 부문 폐지를 검토한 적도 있다.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일한 대회 유산이기에 대구시는 정책적인 판단을 미루고 있다.

스포츠를 보고 즐기고 직접 참여하는 패러다임이 크게 변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명맥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인기 없는 엘리트 국제마라톤대회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엘리트 국제 부문을 없애는 대신 도심의 교통 혼잡을 이유로 2018년 대회부터 폐지한 마스터즈 풀코스를 다시 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기 코스라는 명분에 집착하지 않으면 대회 장소 변경도 가능하다. 엘리트 선수 초청비와 상금을 주는 예산으로 세계 각국의 마라톤 동호인들에게 특전을 주면 오히려 대구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비인기종목 대회를 여는 만큼 정부와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지원을 받는 데도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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