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격차를 줄여라'…대구시교육청, 학생 맞춤형 지원으로 극복 노력

입력 2021-04-26 06:30:00

코로나19로 기초학력 격차 커졌다는 지적 많아
대구시교육청, 기초학력 향상 사업 확대해 운영
1수업 2교사제, 온라인 튜터 등 1천200명 투입

코로나19 탓에 학교 교육에 공백이 생기면서 기초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교육청 등 교육당국도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 관심을 쏟고 있다. 대구 한 초교가 기초학력 지원 사업 중 하나로 운영 중인
코로나19 탓에 학교 교육에 공백이 생기면서 기초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교육청 등 교육당국도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 관심을 쏟고 있다. 대구 한 초교가 기초학력 지원 사업 중 하나로 운영 중인 '스터디 카페' 활동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초등학교 5학년인 A군은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둘이 산다. 공부에 집중할 여건이 안 되는 데다 할머니가 A군의 공부를 챙겨주기도 쉽지 않은 형편. A군은 아직 두자릿수 곱셈과 나눗셈이 어렵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보니 학교생활도 재미가 없다. 기초학력이 부족해 학교에서 몸과 마음 모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초학력은 말그대로 교육을 받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학습 능력을 뜻한다. 단순히 교과 성적 얘기가 아니라 과제를 습득하는 데 필요한 능력, 자질이다. 기초학력은 신뢰, 건강처럼 한 번 무너지면 돌이키기 어렵다. 다음 학년 수업도 따라가기 힘들다. 그러다 학교와 멀어지기 쉽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공든 탑이어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원격 수업이 늘었다. 이로 인해 기초학력이 부족해진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수년 후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력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기초학력을 키우고 학력 격차를 메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처진 학생도 살핀다', 기초학력 챙기기

대구 대봉초등학교 박정애 교사는 교단에 선 지 30년이 넘는다. 그동안 한글을 제대로 깨치지 못했거나 셈하기가 어려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그럴 때면 그 학생만을 위해 1대 1로 가르칠 교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박 교사가 기초학력 채움 교사로 활동 중인 이유다.

'기초학력 채움 교사제'는 읽기, 쓰기, 셈하기를 중심으로 한 기초 수리력과 문해력을 지도할 필요가 있는 학생에게 1대 1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 대구시교육청은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교를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재 10개 초교에 10명의 정규 교사, 20개 초교에 2명의 파견 교사(순회 지원)가 참가하고 있다.

박 교사는 "교실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저학년 학생에게 1대 1 맞춤형 교육을 제때 제공하면 단기간에 기초 수리력과 문해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해 위축된 아이들이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 한 초교의 정규 수업 때 2명의 교사가 같은 공간에서 학생들을 챙겨 가르치고 있다. 기초·기본학력 향상 지원 사업 중
대구 한 초교의 정규 수업 때 2명의 교사가 같은 공간에서 학생들을 챙겨 가르치고 있다. 기초·기본학력 향상 지원 사업 중 '저학년 과밀학급 수업 협력 교사제' 운영 모습이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저학년 과밀학급 수업 협력 교사제'는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11개 초교 136개 과밀학급에서 운영 중인 제도. 기간제 교사 136명이 수업과 학교 방역 활동 등 교육 활동 전반을 지원한다. 율금초교의 최고영 교사도 수업 협력 교사다.

최 교사는 1, 2학년이 등교 지도부터 수업 중 부진 학생 지도, 급식 때 손 소독과 거리두기, 수업 자료 제작 등에 힘을 보태 담임교사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는 "어린 학생들이라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다. 매 순간 긴장한다"며 "그래도 점차 학교에 적응하고 매일매일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B씨의 자녀는 성남초교에 다닌다. 이곳엔 '1수업 2교사제'가 운영되는 학급이 있다. 말그대로 한 교실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교사 2명이 이끄는 방식이다. 담임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면 수업 협력 교사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챙긴다. 정서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살핀다. B씨의 아이도 그런 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다.

B씨는 "아이가 소심한 편이라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지 무척 걱정됐는데 교실에 선생님이 두 분 계서서 안심이 된다. 아이가 받는 교육 혜택도 두 배가 되는 느낌"이라며 "아이의 학습 속도가 느린데 수업 협력 교사가 잘 도와주셔서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처진 학생도 챙겨 간다'

대구 한 초교의
대구 한 초교의 '온라인 튜터' 운영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코로나19 탓에 사회 각 분야에서 '빈익빈 부익부(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은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과 달리 사교육으로 학교 교육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고,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학력 격차도 커진다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도 그 상황을 눈여겨 보고 있다. 기초·기본학력 향상 지원 사업을 다듬고 지원 체제를 새롭게 구축한 것도 이 문제가 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다. 시교육청은 지난 연말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 등으로 이 사업의 성과를 분석한 뒤 초·중학교 351곳에 관련 인력 1천200명을 투입하는 등 사업을 재정비한다.

시교육청은 기초학력 채움 교사제와 저학년 과밀학급 수업 협력 교사 외에 '온라인 튜터' 지원 사업을 신설, 운영한다. 이는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해 1대 1 또는 소그룹으로 기초학력을 챙기고 학생 이력 관리도 담당하는 것이다. 5월부터 초교 4~6학년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초·중학교 156곳에 지도 인력 269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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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초교의 '스터디 카페' 활동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특히 초등학교 경우 '스터디 카페' 활동과 연계해 운영한다. 스터디 카페는 초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소규모 학습 공동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또래 친구, 담임교사가 한 팀이 돼 학습하는 형태다. 올해 200개 팀이 운영될 계획이다.

1수업 2교사제는 시교육청이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하는 대표적 사업. 올해 시행 4년째를 맞는 제도다. 시교육청은 학교의 수요를 반영해 이 사업을 확대, 운영한다. 지난달부터 초등학교는 수업 협력 교사 258명, 중학교 경우 학습 지원 강사 125명을 지원해 정규 수업 때 담임교사와 함께 협력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학습 보조 강사제는 '예비교사'라고도 불리는 대구교육대학교 학생들을 활용해 기초·기본학력을 챙기는 제도다. 성과가 괜찮다는 평가 속에 이 제도를 유지한다. 올해 대구교대 학생 400명이 수업 시간 배움이 느린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5월과 10월 각 200명씩 희망 학교에 투입, 학생 지원 활동에 나서도록 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코로나19의 위세가 쉽게 꺾이지 않은 가운데서도 '학력 방역'을 위해 기초·기본학력 지원 인력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린다"며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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