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릴까? vs 줄일까?…거리 쓰레기통 '딜레마'

입력 2021-04-07 17:31:37 수정 2021-04-07 20:10:05

8개 구·군 민원 엇갈려
코로나 탓 거리 취식 줄면서 추가 설치 요구는 크게 감소
대량으로 버리는 사람 많아…일부는 "주변 미관상 없애야"

7일 대구 동구 평광마을
7일 대구 동구 평광마을 '대구 둘레길' 제3코스 평광공산길 구간에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잔뜩 쌓여 둘레길을 찾는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거리 쓰레기통 늘려야 하나, 줄여야 하나?'

1995년 쓰레기종량제 봉투 시행 이후 대구시내 거리 쓰레기통이 사라지자 이를 늘려달라는 민원이 증가하면서 지자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거리 쓰레기통은 1995년 쓰레기종량제 봉투제 시행 이후 점차 줄어들면서 2018년 481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쓰레기통 설치 민원이 제기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 현재는 532개가 있다.

달서구에는 2016년 160개에서 2018년 2개로 줄었다가 현재 10개뿐이다. 2019년부터 쓰레기통을 다시 만들기 시작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늘린 것이다.

반면 북구에는 90개로 대구 자치구 중 가장 많다. 북구청 관계자는 "미화원이 관리한 결과, 소규모 쓰레기보다는 인근 거주자·상가에서 대량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따라서 쓰레기통을 늘리기보다는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엔 코로나19 탓에 길거리를 다니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사라지면서 쓰레기통 설치 민원도 줄었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쓰레기통을 늘리지 않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쓰레기통 설치와 폐기 민원이 엇갈리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쓰레기통이 없으면 거리에 함부로 버리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쓰레기통이 곁에 있어도 무단투기하기는 마찬가지다. 차라리 쓰레기통을 만들지 않는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김모(51) 씨는 "쓰레기통 내용물을 보면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주변도 엄청나게 지저분해져서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길거리에서 음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크게 줄면서 거리 쓰레기통이 불필요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박상민(29·대구 달서구) 씨는 "전에는 길거리에서 커피를 들고 다녔는데, 이마저도 최근엔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잘 안 먹게 됐다. 쓰레기통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거리 쓰레기통을 추가 설치할 계획은 없지만,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설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거리 쓰레기통 자체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는 "인근 주민·상인들이 생활쓰레기를 가져다버리는 행위가 많다고 해서 거리 쓰레기통 자체를 치우는 건 옳지 않다. 도시 미관상 일정 수준의 쓰레기통은 설치하는 게 맞다"면서도 "관할 구청이 일부 쓰레기 무단투기자에 대해 관대한 측면이 있는데, 철저히 과태료를 부과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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