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마음의 담장 허물기는 합창으로

입력 2021-03-29 11:36:48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지금부터 20여 년 전 대구시는 이웃 간 소통을 위해 담장 허물기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삭막한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칙칙한 담벼락을 허물고 꽃을 심고 작은 울타리를 만들어 아름답고 시원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 운동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했고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이 운동으로 눈에 보이는 담장은 어느 정도 허물어졌으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물리적 담장 허물기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마음의 담장 허물기를 위한 그 무엇이 필요한 때다. 이쯤에서 필자는 누구든지 참여하여 함께 노래하는 '합창'을 제시하고자 한다.

얼마 전 수성문화재단이 마을합창단을 운영하기 위해 '수성하모니 마을합창단' 지휘자 몇몇 분을 선정했다. 곧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합창단이 구성돼 수성구에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동네마다 울려 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에는 이웃 간에 닫혔던 마음의 벽이 무너지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참에 특정 지역에 한할 것이 아니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답게 대구 전 지역에서 시민 모두 합창을 생활화했으면 한다.

합창은 악기나 특별한 기술 없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 예술 활동이다. 어느 정도 소리만 낼 줄 알면 남녀노소 누구나 합창을 할 수 있다. 귀로 듣고 서로의 눈을 보면서 노래해 보자.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질 것이다. 합창을 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잠시 뒤로 하고 우리가 속한 지역과 직장, 동우회 등 규모가 크든 작든 합창단을 만들어 시행해 보길 바란다. 선진국일수록 합창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는데 이제는 합창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보통 혼자서는 노래를 잘 부르지만 합창단에 처음 들어가서 노래 부를 때는 자신 있게 소리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위 사람들 소리에 익숙해지고 점차 소리를 내는데 자신감이 생긴다. 특히 연주회 등에 나가서 불렀을 때는 자신이 동참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긍지와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때로는 합창을 하는 동안 내재 된 음악적 감성이 분출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데 이것을 통해 얻는 만족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신 건강에 이것보다 더 좋은 명약이 없다.

10여 년 전 KBS TV에서 방영한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애당초 합창단의 구성원은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연예인들과 합창에 잘 어울리지 않는 대중음악 가수 등으로 구성됐다. 아마 합창단원 스스로 음악적 재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점차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해 결국에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다. 누구든지 그 정도는 가능하다. 합창을 함으로써 우리는 소통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것이 합창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합창은 우리를 또 하나의 경이로운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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