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브로콜리숲'과 헷갈리지 마세요
서구 비산동 비봉초교 정문에 있는 브로콜리숲
'수원에 있는 브로콜리숲이랑 헷갈릴낀데'
동네책방 브로콜리숲을 소개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생긴 두 곳은 서로의 존재를 알 만큼 각기 터 잡고 있는 지역의 명물이 돼가고 있던 터였다.
대구의 동시집 전문 책방 브로콜리숲이 시작을 알린 건 2017년이었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 입주작가로 있으면서 동시집을 만드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한 게 시작이었다. 2019년에는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명맥을 이었다. 동시읽기모임을 하며 동시의 저변도 확대했다. 지난해는 고비였다. 전인류에게 통곡의 벽이 된 코로나19에 막혔던, 강제적 잠정 휴지기였다.
봄볕이 꽃비처럼 깔린 2021년 4월 현재는 비산동 비봉초교 정문 앞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 책방지기는 변함없이 그 사람, 김성민(52) 시인이다.

"지난해 10월 이곳으로 옮겨왔어요. 아이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라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동시집 전문 책방답게 공간은 좁지만 동시집이 확연히 진열돼 방문객을 맞는다. '동시(童詩)'라는 이름에서 지은이가 아동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것 같지만 동요, 동화를 만드는 이들이 성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동시는 유아나 초등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다. 매년 전국 언론사들이 개최하는 신춘문예 동시 부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매일신문의 경우 1천 편 이상이 경합을 벌이는데 99% 이상이 성인이다.
그럼에도 동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린이가 쓴 시이다. 아이들이 쓴 시 모음집을 보면 동시와는 다른, 보다 직관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김성민 시인의 평가다.
오랜 세월에 걸쳐 필터링된 감정과 투과된 게 없이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감정의 차이랄까. 이는 유명 시인들이 낸 시집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문인수, 장옥관 등 시를 써왔던 시인은 물론이고 소설가 박완서, 이문구 같은 작가들이 동시와 동화를 썼다는 건 그들의 명성에 비해 소외된 이력이다.

책방에 진열된 동시집들을 스르륵 펼쳐 본다. 시를 쓰다 방향을 전환한 이들이 적잖다. 임수현, 임동학… 그러다 아, 박덕희 시인의 동시집에서 마주한 '냉잇국'은 봄에 들은 어른들의 비가다.
'입원해 있는 엄마한테 / 할머니랑 봄소식 전하러 / 냉잇국 끓여 갔다 // 벌써 봄이 왔구나! // 봄 냄새 가득한 병실에서 // 냉이 꽃처럼 웃는 엄마 // 냉이 꽃처럼 우는 할머니'
감정선을 글로 표현하며 깨달음이라는 고차원적 공감까지 끌어낸다. 이래서 동시는 소리 내 읽어야 맛이다. 태생이 다른 문학 장르와 다르다. 초등학생들의 읽기와 글짓기에 이만 한 장르가 없다.
특히나 동시집은 한 편씩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연작시처럼 한 권을 통으로 읽어야 울림이 있다는 게 김 시인의 조언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출판사들이 같은 작가의 동시 여러 편을 뜯어본 후에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까닭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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