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라떼 사서의 도서관 이야기

입력 2021-03-29 06:30:00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32년 전 사서가 되었다. 도서관에 출근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열람권을 파는 일이었다. 입관료를 내고 열람권을 구입해야 자료실과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입관료는 어린이는 30원, 학생과 성인은 100원이었다. 당시 성인의 시내버스 요금이 170원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직원들이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이 일을 맡았다. 입관료 제도는 1992년 1월 15일 폐지되었다. 그때부터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내기 사서 때는 모든 업무를 수작업으로 했다. 책을 구입하고 정리하여 대출하는 전 과정을 그렇게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수서에 필요한 정보를 주로 신문이나 출판 관련 잡지를 통해 얻었다. 사서는 구입한 자료의 정리 작업을 할 때 일일이 손으로 쓰거나 타자기로 타이핑했다. 자료 검색의 필수 도구였던 카드목록, 청구기호 레이블, 북카드, 북포켓도 직접 만들었다. 한 권의 책이 서가에 꽂히고 이용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사서들의 손이 많이 필요했다.

책을 구입하고 정리하는 부서에는 지금보다 많은 수의 직원이 일했다. 사서는 책을 빌려줄 때도 개인별 대출카드에 등록번호, 서명, 반납일 등을 모두 기록해야 했다. 1993년 도서관 전산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도서구입과 정리, 대출업무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수작업으로 해오던 작업들이 컴퓨터로 대체되어 자동화되었다. 사서들이 수작업으로 하던 카드목록, 북카드, 북포켓 작성 등 많은 업무가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1990년대까지 도서관 강좌는 서예, 꽃꽂이, 컴퓨터 교육 등 5개 남짓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평생교육 강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공공도서관이 지역평생학습관으로 지정되면서 생겨난 변화였다. '사회교육법'이 2000년도에 '평생교육법'으로 전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연간 50~60개씩 개설되었다.

사서들은 많은 고심을 했다. 다른 문화기관이나 복지관 등과 차별된 강좌를 열기 위해서였다. 개강 이후에는 출석률은 어떤지, 강사와 수강생 간 소통은 잘 되는지, 교육 만족도는 어떤지 등을 살피는 것도 담당 사서의 몫이었다.

2011년부터는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더불어 외부기관이나 단체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해 학생들이 다채로운 체험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부터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줄 수 있도록 사서직업체험, 독서진로코칭, 인문학으로 진로탐색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도의 도서관학자이자 사서인 랑가나단이 말했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사서로서 가슴 깊이 공감되는 말이다. 도서관은 지금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늘 두렵고 힘들지만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슬기로운 대처법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