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돋보기로 본 30년 지방자치의 냉기

입력 2021-03-25 14:04:35 수정 2021-03-25 19:19:24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코로나19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하는 봄 햇살은 유난히 화사하다. 매화로 시작한 봄꽃들은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오늘을 반겨 주고 있다. 자신이 속한 지역 일을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는 지방자치도 역시 민주주의 실현의 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는 우리나라 제헌헌법에서 도입되었다가 5·16군사정변 후 중단, 그리고 1991년 지방자치법 개정(3.26)으로 지방의회가 부활된 후 30년의 역사를 쌓아 가고 있다.

지방자치는 여유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납세자의 의사 표현 장치이다. 중앙정부의 통치 권능을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지방분권을 전제로 하는 지방자치는 국민들의 주인 의식과 권력자의 겸손 수준에 비례한다.

급작스럽게 부활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가정에서 돌봄을 잘 받지 못한 아동처럼 30년 방치의 역사이다.

지난해(12.9) 지방자치법이 전문 개정 형식으로 다소 변화를 시도했지만 본질적 요소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에서는 겨울 냉기 그대로다.

법령의 범위 내로 한정된 조례제정권은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재정 확충에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자치단체 업무의 내부 지침 사항들이 조례로 신분 상승하며 업무 집행에 경직성을 안겨 주기도 한다. 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적 조례제정권'으로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근간인 재정분권에서는 더욱 한겨울이다. 지난 30년 동안 지방세 비중은 겨우 2.7% 증가(20.9%→23.6%)에 그쳐 아직도 2할 자치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앙 부처는 각종 공모 방식의 국비 지원을 강화하고 국가 책임인 경로연금 등 복지비를 지방에 분담시켜 기초자치단체의 자치 역량을 고갈시키고(달서구 사회복지 비율 69.2%) 있다. 전국 최대 지방공단을 품은 달서구의 지난 20년간 재정자립도는 33.9%에서 21.7%로 뒷걸음쳐 오고 있다. 특히 자치구에서는 의회 구성을 제외하면 그 자치성이 위협받기도 한다. 일부 업무에서는 광역시와 자치구 업무가 미분화된 가운데 지난해 대구시가 구·군을 통해 징수한 시세가 2조1천369억 원이지만 징수 교부율은 33년간 요지부동 3%(641억 원)이다. 자체 세입으로 직원 급여를 감당치 못하는 2개 자치구를 포함한 대구시 7개 구는 상대적으로 세목이 많고 연간 1천300여억 원을 교부받는 이웃 달성군이 부럽고, 부동산 경기로 지난해 취득세 2천748억 원 추가 세입을 가진 대구광역시도 부럽다. 인구 56만9천 명에 예산 8천631억 원인 달서구는 인구 9만8천 명에 예산 1조470억 원인 상주시도 부럽다. '지방의 재정 자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재정분권을 하겠다'는 정부 공약이 무색하기만 하다.

한편 지난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 때 의견 제시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대구 자치구민들에게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자치권이 박탈되는 안도 제시되고 있다. 재작년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온 힘을 다한 그 갑갑한 마음에서 테스형을 만나고 싶다. 수도권의 공룡화에 놀란 절박함에 새로운 도약을 꿈꿀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에 자치구민들은 자치권 회수라는 벼랑으로 내몰리는 셈이다.

지방인구 소멸 위협과 치열한 국제 패권 다툼 앞에서 국가 장래를 고민하며 지방들이 연합으로 머리를 맞대어 중앙권력과 협상을 통해 울림 있는 국가 대개조 차원의 분권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솔로몬의 길이 아닌지. 상상력을 키우면 지방자치 강화는 분명 이 시대의 돌파구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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