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외교 수장, 미국 겨냥해 "인권문제 정치화 및 내정 간섭 말라"
미국·EU는 일제히 인권문제 이유로 중국 제재
지난주 '알래스카 담판'에서 첨예한 갈등을 재확인했던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신장(新疆)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서방 동맹국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제재를 단행하자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23일 중국 구이린(桂林)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들이 인권문제를 정치화하거나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국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발전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다른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에 있어 표준모델은 없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만큼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유럽 관계보다 러시아-중국 관계가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미국이 냉전시대의 정치군사적 동맹을 통해 국제사회의 합법적 틀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양국이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신장을 비롯한 소수민족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잇따라 중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서방국가가 한꺼번에 중국을 겨냥한 압박조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EU 등이 중국 인사들을 제재하자 곧바로 맞제재를 발표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아울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구두친서를 교환하고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바로 공개했다. 왕이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함부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보도했다.
한편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25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전임 정부에서 약화된 대서양동맹(미국과 서유럽간의 안보동맹) 복원을 꾀하는 포석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외교장관의 이번주 중동 순방을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선다. 왕이 외교부장은 24일부터 30일까지 미국과 핵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공식 방문한다. 중국은 경제 지원과 코로나19 백신 제공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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