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수십년 나무 수백그루 '삭둑'…청도 용천사 인접 산림훼손

입력 2021-03-22 17:38:34 수정 2021-03-22 21:57:42

사업실행 신고도 없이 강행 "산사태 날라" 지역 주민 우려
산주 "업체에 모든 일 위임"…郡 "중지명령·위법성 조사"

청도 각북면 용천사에 연접한 산지에서 베어낸 나무들을 주민들이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 노진규 기자
청도 각북면 용천사에 연접한 산지에서 베어낸 나무들을 주민들이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 노진규 기자

22일 오전 경북 청도군 각북면 헐티재 방면 902번 지방도와 인접한 벌채 현장. 출입구로부터 대략 500m 구간은 주요 수종인 소나무, 참나무를 마구 베어져 원래 모습을 추정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작은 계곡을 따라 작업로(운재로) 조성공사를 벌인 듯 곳곳에 잘린 나무가 쌓여 있었고 뿌리채 뽑힌 나무와 바윗돌도 여기저기 밀려나 있었다. 한아름이 넘는 크기의 소나무 둥치도 눈에 띄었다.

청도 용천사 사찰림에 연접한 개인 산지에서 수목갱신 등 산림경영을 이유로 무단 벌채를 벌이다 주민들에게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용천사 측과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곳 산지에서 중장비와 인부를 동원해 수십년 수령의 소나무 등 수백 그루를 벌채하는 현장이 발견됐다.

산지 아래 오산리 마을 이장과 지도자 등 대표들은 가칭 '용천사와 오산리 주민들의 자연환경수호 지역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민들은 "산림 훼손이 심각해 원상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며 "당장 올 여름 장마 때 산사태 우려 등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했다.

용천사 주지 지거 스님은 "명산 비슬산과 사찰 문화재 옆에서 산림경영 계획 인가가 나고, 주민은 안중에 없는 행위가 이어졌다"며 "용천사 주변도 난개발이 심각해 문화재나 산림보호에 대한 해당 부서의 인식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도군은 주민 신고를 받은 뒤 곧바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조사 후 산주와 벌채 업체를 불러 위법사항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청도군에 따르면 이곳 산주는 각북면 오산리 일대 3필지 13.18ha 가운데 약 4ha에 대해 지난해 4월 '산림경영계획' 인가를 받았다. 벌채 및 작업로를 개설해 40~45년 수령의 나무를 벌채한 후 그 자리에 가죽나무, 두릅나무, 음나무 등을 식재해 임업인 소득증대를 하겠다는 경영계획을 군이 현장실사를 거쳐 인가했다는 것이다.

청도군 산림부서 관계자는 "산주가 사업실행 신고없이 지난 15일쯤부터 벌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산림경영이 본래 용도에 부합하면 수목갱신 등 인가를 내주는 실정이나 주민들은 벌채 등을 민감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청도 각북면 한 산지에서 베어낸 소나무를 인근 주민이 나무 두께를 가늠해 보고 있다. 노진규 기자
청도 각북면 한 산지에서 베어낸 소나무를 인근 주민이 나무 두께를 가늠해 보고 있다. 노진규 기자

논란에 대해 이곳 산주는 "벌채 업체에 모든 사항을 위임했다"고 청도군을 통해 알려왔으며, 업체 측은 "산주가 일을 하라고 해서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공사를 시작했다"고 청도군을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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