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정책 기대에 밀입국 급증…시험대 오른 바이든 이민정책

입력 2021-03-22 16:58:25

트럼프 반이민정책 줄줄이 철회…이민행렬로 시설난, 미성년자 특히 골치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텍사스주에서 21일(현지시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밀입국자들을 구금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미 출신 밀입국자는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텍사스주에서 21일(현지시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밀입국자들을 구금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미 출신 밀입국자는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남미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임 정부보다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행렬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가족을 동반한 1만9천945명, 가족 없는 미성년자 9천297명이 국경지대에서 불법 이민을 시도했다. 1월에 비해 각각 168%, 63% 증가한 수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국토안보부 문건을 인용해 밀입국 급증 탓에 국경순찰대 시설에 10일 이상 수용된 보호자 미동행 미성년자가 823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국경순찰대가 미성년자를 합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사흘(72시간)에 불과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족 동반 입국자의 경우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만 미성년자 혼자 입국한 경우 송환 대신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한다.

미국으로 향하는 길목인 멕시코 역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6일 사이 멕시코 중부와 남부 6개 주에서의 열차 단속을 통해 1천200명의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붙잡혔다. 이 기간 버스나 트럭을 타고 북상하던 이민자들도 800명 이상 적발됐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주자들에게 국경을 넘지 말라면서도 미성년자들을 되돌려보내는 데 트럼프 전 행정부처럼 긴급명령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중미를 덮친 허리케인, 코로나19로 절박해진 민생 등도 밀입국 급증을 부른 요인들로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는 초강경 반(反) 이민 정책을 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남부 국경장벽 건설 예산 투입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최대 1천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 개정안도 하원을 통과해 상원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민 행렬이 예상보다 너무 길다는 점이다. CNN방송은 "남부 국경 위기는 모든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취약하게 만드는 정치적 비상사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예상 못한 일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적절한 시기에 멕시코와의 국경을 방문할 방침"이라면서 "이주자 수용시설 운영을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에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넘겨줬으나 불과 몇 주 만에 국가적 승리를 국가적 재앙으로 바꿔놓았다"고 악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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