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인기는 없다. 잠깐 유행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인기 음식, 인기 연예인, 인기 정치인, 인생도 늘 순항으로 이어지는 법이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술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인간이 언제부터 술을 빚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탄생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류가 목축과 농경을 영위하기 이전인 수렵, 채취시대에는 과실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실이나 벌꿀과 같은 당분을 함유하는 액체에 공기 중의 효모가 들어가면 자연적으로 발효하여 알코올을 함유하는 액체가 된다. 취기가 돌고 기분이 좋아지는 액체 제조법을 터득한 인간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애음해오고 있으며, 원시시대의 술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그러한 형태의 술이었을 것이다.
유목 시대에는 가축의 젖으로 젖술(乳酒)이 만들어졌고, 곡물을 원료로 하는 곡주는 농경시대에 들어와서야 탄생했다. 청주나 맥주와 같은 곡류 양조주는 정착 농경이 시작되어 녹말을 당화시키는 기법이 개발된 후에야 가능했다. 그러다 인간이 식물을 달여 그로부터 원액을 얻어내면서, 증류 기술을 이용하여 순수 알코올을 농축한 소주나 위스키, 브랜디, 진, 보드카, 럼, 테킬라 같은 증류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혼성주인 리큐르는 후대에 와서 제조된 술이다.
최근에는 와인과 더불어 독한 술보다는 가벼운 저도주가 대세며, 가볍게 마시는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리큐르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독특한 향과 달콤한 맛, 화려한 색깔 때문에 칵테일 베이스로도 많이 쓰이는 리큐르는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이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생명의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증류 과정에서 각종 과일, 약초와 향초를 넣어 그 향이 우러나게 한 특수한 증류주를 만든 것이 리큐르가 발전한 원동력이다. 리큐르(Liqueur)는 양조주나 증류주에 과일이나 초, 근, 목, 피 등의 향신료나 감미료 및 착색료를 첨가한 술로, 독일에서는 리쾨르(Likor), 영국과 미국에서는 코디알(Cordial) 이라고 부른다.
마시는 술도 뜨고 진다. 오늘날 국내의 주류 업계는 저도수 트렌드는 물론 '뉴트로(New-tro)' 마케팅까지 펼치며 확실한 성공을 이끌고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단순한 복고가 아닌 새로운 외향과 기능을 갖춘 새로운 복고를 의미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취향에 맞게 술을 제조해 마시는 것이 유행하면서 하이볼을 중심으로 다양한 감성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칵테일 리추얼(Ritual·음용법)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볼은 칵테일 종류의 하나로 위스키나 브랜디와 같은 증류주에 탄산수와 얼음을 넣고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류와 탄산수의 비율에 따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가볍게 혹은 취하지 않게 즐기려는 음주 트렌드 변화가 나타나면서 주류 업계에서도 무알코올 음료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술도 취향대로 자신에게 맞는 건전한 음주 습관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홈술‧혼술'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겨냥한 캐릭터와 굿즈 마케팅(Goods Marketing) 바람이 주류 업계에도 불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세대로 등장하며 과거와 음주 문화가 달라졌고, 건강과 웰빙이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식사 후 또는 집에서 즐기는 소모임에서 가볍게 즐기기 위해 쓴 술 대신에 달콤한 술이 뜨고 있다.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주류 시장에도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마시는 술도 뜨고 지듯 우리의 삶도 풍족함은 언젠가 사라지게 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된다. 언제나 그림 속 꽃처럼 시들지 않는 삶의 의지를 불태우자.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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