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으로 간 까닭은?

입력 2021-03-18 11:44:13 수정 2021-03-19 06:07:4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광준 서울정경부 차장
유광준 서울정경부 차장

우리 국민들이 맞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18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주 일반청약에서 무려 64조 원이라는 역대 최고 증거금을 기록하고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를 시초가로 기록 후 상한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할 만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초우량 기업이다.

주변 지인들은 "우리 동네에 이렇게 알토란 같은 기업이 있었어? 지역의 100년 먹거리를 책임질 기업이네! 그런데 이런 최첨단 고부가가치 기업이 어떻게 수도권이 아니라 경북 안동에 둥지를 틀 수 있었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2019년 2월 SK하이닉스(하이닉스) 경북 구미 유치가 무산되던 날의 기억을 더듬으면 '어떻게 안동에 둥지를 틀었지?'라는 질문의 의미가 더 크게 와 닿는다. SK바사는 유치에 성공하고 하이닉스는 실패한 이유가 뭘까?

먼저 SK바사가 안동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2010년은 국내 백신산업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이다. 반면 2019년 반도체산업은 명실 공히 우리 경제의 중추였다.

SK바사 유치전은 경쟁이 아예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아직 경합이 약한 미개척 시장, 즉 블루오션(blue ocean)이었다. 반면 하이닉스 유치전은 레드오션 (red ocean) 그 자체였다. 경쟁이 치열해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시장에서 힘겨운 승부를 펼친 것이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미래성장산업에 일찍 투자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어야 성과로 연결된다는 결론이다. 엄청난 모험이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no risk, no return) 냉혹한 조건이다.

'싹수'가 보이는 산업 영역을 선택했다면 다음은 해당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이른바 '대장 기업'은 물론 해당 영역에 종사하는 전문 연구 인력까지 완전히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지역이 숟가락을 얹겠다고 덤벼들 수도 있고 정부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수도권에 해당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이때 지역의 우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사전에 관리한 전문가 그룹이다.

파격적인 '당근'도 필요하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제발 와 주십시오'라고 읍소하는 형편인지라 지방정부는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파격적인 유인책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 '지역 산업 활성화 정책'에 투입하던 재원까지 유치전에 몰아 붓는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SK바사는 안동을 선택하면서 '최악의 경우에도 부동산 투자 수익은 건질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로 왕래하기 좋은 교통 인프라는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 SK바사는 중앙선 고속전철화 사업(안동~서울 2시간)의 실현 가능성을 수도 없이 점검했고 반드시 관철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구경북에서 SK바사 같은 초일류 기업을 또 유치할 수 있을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미래 유망 산업 중 하나를 콕 집어서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집중적으로 지원을 쏟아 붓는 곳이 있다면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튜닝과 드론 산업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김천)의 행보를 주목한다.

경북혁신도시는 경부선고속철도(KTX) 김천구미역을 품고 있고 송 의원은 SK바사를 안동에 유치한 김광림 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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