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조롱글을 올린 한국토지주택(LH) 공사 직원을 찾고자 블라인드 운영사 '팀블라인드'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나갔다가, 회사 주소를 잘못 찾는 등 허탕을 치는 촌극이 벌어졌다.
경찰은 엉뚱한 건물에 찾아가 놓고서는 "확인 결과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까지 냈다.
경남경찰청은 17일 오후 3시부터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서울 소재 '팀블라인드'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9일 블라인드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최근 부동산 투기 논란은) 어차피 한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너희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조롱한 것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제가 보기에도 참으로 온당치 않은 그런 행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통해서 조사를 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LH는 14일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이 직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16일 오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이날 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자 17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인터넷 '구글' 검색창에 '팀블라인드 주소'를 검색해 가장 상위 결과에 나온대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선정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건물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실제 팀블라인드 사무실은 이 곳에서 약 2km 떨어진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다.
경찰은 오후 6시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팀블라인드 회사소개에 보면 한국 지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위치와 연락처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지사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로 표기된 주소를 확인하고 방문했지만,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지사 위치와 연락처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팀블라인드'는 이날 사무실에서 멀쩡히 근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뒤늦게 알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테헤란로의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이미 직원들은 퇴근한 이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서투른 '검색 능력' 때문에 압수수색을 허탕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검색 결과에 오류가 있어 잘 못 찾아갔다"며 "내일 다시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조롱글' 작성자에 대한 수사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라인드는 가입자 정보를 암호화해 아예 저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입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해도 작성자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재차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꼬우면 이직하라'는 조롱글의 대상이 일반 국민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특정성도 성립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에 수사는 진행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 받았고, 범죄가 되는지 여부는 수사를 진행해나가면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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