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이종원 대구문화재지킴이회 회장

입력 2021-03-18 17:05:29 수정 2021-03-18 19:02:00

2008년 시작한 문화재지킴이운동의 산증인… 최근 '문화재를 품은 아름다운 사찰 108' 펴내
2007년 교육부 '제1회 퇴임 으뜸교사상' 수상 "문화재 아끼고 가꾸는 문화가 물려줄 유산"

이종원 대구문화재지킴이회 명예회장이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1호인 경상감영공원 선화당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종원 대구문화재지킴이회 명예회장이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1호인 경상감영공원 선화당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지정·등록문화재만 약 1만여 점에 이릅니다. 비지정문화재, 매장문화재까지 더하면 온 국토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소중한 문화재를 온전히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물론 문화재를 아끼고 가꾸는 문화야말로 우리 세대가 꼭 남겨야 할 유산입니다."

이종원(85) 사단법인 대구문화재지킴이회(문지회·회장 서상수) 명예회장은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문화재를 찾고, 즐기며, 가꿔 나가는 문화재지킴이운동의 산증인(證人)이다. 2008년 2월 뜻 맞는 지인 40여 명과 창립한 문지회는 어느덧 회원 500명이 넘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대통령 표창(한문화재 한지킴이 전국대회), 2018년에는 국무총리 표창(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도 받았다.

"2008년 2월 10일 있었던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 화재 사건이 문지회를 만든 계기였습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만이 문화재를 지킬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죠. 저희 회원들도 모임에 나오면서부터 문화재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들 하십니다."

모임의 산파로서 초대 회장을 맡았던 그는 2019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 1회 펴내는 회지(會誌) '문화재는 내 친구'가 2009년 창간호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진 데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170여 쪽의 책자에는 그를 비롯한 회원들의 문화재 답사기·수필뿐 아니라 문화재 소개, 문화재 관련 용어 해설·퀴즈 등 다양한 콘텐츠가 실려 있어 읽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그는 회원들이 볼 교재 또한 연 40여 차례 손수 만든다. 문지회 사무실(대구 중구 중앙대로 2.28길 6, 053-256-7150) 역시 대구 경신중·고로 널리 알려진 송원학원의 고(故) 김종년 회장과 이 명예회장의 친분이 있었기에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문지회에는 퇴직 공직자들이 적지 않지만 가입에 제한은 없어 가정주부 회원도 많습니다. 연회비 2만원을 내는 회원들은 팀을 나눠 주 1회씩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등 지역의 문화재를 찾아 청소·모니터링 및 홍보 활동을 하고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토요 강좌, 월 1회가량 전국 문화재를 찾는 심화학습 등도 인기가 좋습니다."

코로나19로 60~90대 어르신들인 문지회 회원들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회원 가운데 확진자는 없었지만 심화학습, 토요 강좌 등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할 수가 없었다. 올해는 7월부터 행사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백신 접종 여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상황조차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았다. 2000년 대구과학고 교감 퇴직 이후 20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과 기록을 모아 '문화재를 품은 아름다운 사찰 108'(부크크, 2만6천500원)이란 책을 지난 1월에 냈다. 국보, 보물 등 문화재 보유 정도를 점수로 환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집밖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답답하던 차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싶어 책을 썼습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사찰을 찾기 전에 최소한의 정보를 갖고 방문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국내 문화재 70%가량이 불교와 연관이 있으니까요."

이 명예회장은 책을 쓰면서 가장 고생했던 부문은 108개에 이르는 사찰 이름으로 다르게 삼행시를 짓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예컨대 '사차원 세상에서도 장경판전 빛난다'(해인사), '사부중(四部衆) 한마음으로 꿈을 이룬 신라여'(불국사) 등등이다. 이름 대부분이 '절 사'(寺)나 '암자 암'(庵)으로 끝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올해 설은 가족끼리도 만나지 못하는 희한한 명절이었는데 책을 준비하면서 그런 아쉬움을 많이 달랬습니다. 3녀 1남과 손주들까지 책에 대한 의견을 내거나 편집을 도왔거든요. 다만 정가를 매겨 대중의 평가를 받는 책을 평생 처음 내는 데에는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기대는 별로 하지 않지만 수익금은 문지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려 합니다. 허허허"

경북 안동시 일직면이 고향인 이 명예회장은 안동사범학교, 영남대를 졸업했다. 1958년부터 2000년까지 첫 임지였던 대구 서부초등학교를 비롯해 각급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대구지역 퇴직 교사 50여 명과 '진우회'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며 대구소비자연맹, 중구 시니어클럽 문화유산해설사업단·골목문화해설단 등에서 활동했다. 2007년에는 교육부가 전국에서 4명을 선발한 '제1회 퇴임 으뜸교사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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