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 재질 개선해 주세요"

입력 2021-03-17 14:39:42 수정 2021-03-17 20:35:07

유색 용기·복합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 안돼…'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캠페인 펼쳐
대구 제로웨이스트 가게 3곳 참여…빈 용기 수거 후 기업에 돌려
시민들 행사 후에도 꾸준히 관심…화장품협회 "2030년 100% 제거"

6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6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쓸모 협동조합'의 양민경 대표가 수거된 화장품 용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영광 인턴기자

"다 쓴 화장품 용기는 우리 가게에 가져다주세요."

지역 상점들이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화장품 회사에 되돌려 보내 화제다.

화장품 용기 대부분은 재활용이 어렵다. 유색 용기나 복합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은 분리수거하더라도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녹색연합 등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전국 86개 상점에서 화장품 용기 8천여 개를 수거해 화장품 업계에 되돌려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구에서는 '더쓸모 협동조합' '더커먼' '타예르셀바' 등 제로웨이스트 가게 3곳이 참여했다.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판매하는 친환경 가게를 말한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타예르셀바'를 운영하는 송윤지(29) 대표는 "캠페인 이후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화장품 용기를 꾸준히 가져다주고 있다"며 "투명 용기라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화장품 용기는 화려해야 한다는 인식 탓인지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용기가 많다"고 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 '더쓸모 협동조합'의 양민경(48) 대표는 "지난 캠페인에서 30개 정도의 화장품 용기를 수거했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받은 용기를 대신 건네주는 손님도 있다. 어린 학생들이 다 쓴 통을 들고 찾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화장품 용기의 통과 뚜껑, 펌프 등이 모두 다른 재질인 경우가 많아 분리를 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용기를 대충 버리거나 버리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생산 단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1월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제거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향후 10년간은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탓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한국은 화장품 사용량이 많지만 현재 유통되는 화장품 용기는 재사용·재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 일부 소수 기업이 용기를 회수하더라도 사용량에 비하면 회수율은 굉장히 낮다"며 "환경부는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재활용 등급 표시를 화장품 용기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타예르셀바에 수거된 화장품 용기. 타예르셀바 제공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타예르셀바에 수거된 화장품 용기. 타예르셀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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