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 변호사
지금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역시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북한 인권 문제이다. 매일같이 북한 인권에 관한 고강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특히 3일 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 내의 반인도범죄에 대해 기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는 '인도(人道)에 반하는 죄'라고도 하며 인류의 양심에 충격을 가할 정도로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침해 범죄를 가리킨다. 2차대전 후 나치 전범에 대한 재판에서 개념이 형성되어 1998년 로마규약에 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창설로 체계를 갖추었다. 반인도범죄는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주체가 될 수 없고 국가기구나 그에 준하는 조직을 갖춘 범행 주체를 상정한다. 북한의 김정은과 보위부 등은 이미 유엔의 조사를 통해, 북한 주민을 상대로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반인도범죄자로 결론 내려졌다.
북한이 이처럼 반인도범죄의 대명사가 된 데는 7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 런던, 도쿄, 워싱턴, 서울 등에서의 공청회와 증언들이 집대성된 이 보고서에 소개된 끔찍하고 심각한 사례들 중 두 가지를 들어 본다.
"김 씨는 감방 출입문 높이가 80㎝밖에 되지 않아 40명과 함께 수감된 감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손과 무릎으로 기어 들어가야 했다. 계호원은 '이 감옥에 들어오면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기 때문에 이 감옥에 들어오는 순간 동물처럼 기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한 번은 경비견들이 어린이 수감자를 위한 학교에서 난폭하게 덤벼들어 세 명의 어린아이를 죽였다. 지휘관은 개들의 풀린 상태에 대해 일단 경비견 훈련사를 호되게 꾸짖었으나, 추후에 다른 경비병들 앞에서 그가 정치범들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게 경비견을 잘 훈련시켰다고 칭찬하였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범죄라 불릴 만한 사례가 보고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번 회기 마지막 날인 3월 23일에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9년째 연속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전 세계 43개국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에 우리나라는 3년 전부터 제안에도 불참하고 있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0일 한국 정부를 향해 북한과 협상 시 인권 문제를 함께 다룰 것,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비롯해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할 것 등 권고 사항 8개를 발표했다. 북한 인권에 눈감아 온 한국 정부의 직무 유기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권은 직무 유기를 넘어 적극적인 협력 행위 또한 서슴지 않아 왔다. 귀순한 국민 2명을 강제 북송하여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대북전단금지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노예노동인 개성공단의 재개를 주장하고, 납북자를 실종자로 바꾸는 법 개정을 시도했다.
문 정권은 정부와 집권당의 지위에서 이런 일을 벌여 왔기에 반인도범죄의 구성 요건인 대규모성, 조직성, 중대성까지 충족시켰다. 우리나라는 2007년 로마규약을 국내법화한 '국제형사재판소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를 때 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북한 반인도범죄의 지속에 고의적으로 협력한 공범(共犯)으로 구성되어 우선적인 관할권을 가지는 우리나라 법정에서 심판이 가능하다.
북한 김정은과 문 정권이 반인도범죄 행위로 재판을 받는다면 그 진정한 심판관은 누구일까? 심판대에 앉아 있는 판사들일까? 차라리 80㎝ 감옥 문을 기어간 수감자들, 수색견에 물려 죽어간 어린이들, 안대를 떼고 북한 병사를 보자 무릎이 풀려 무너져 내린 강제 북송자들, 그 한 사람마다 지닌 양도 불가능한 존엄성이 진정한 심판관이 아닐까?
도스토옙스키의 우화적인 소설에서는 종교재판으로 하루에 100명을 화형시킨 대심문관이 남루한 옷을 입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예수를 도시 밖으로 쫓아 버린다. 예수는 영원히 쫓겨나 버렸을까? 역사는 쫓겨난 자들 속에 숨겨진 존엄이 보이지 않는 '대심판관'으로 되돌아옴을 거듭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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