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표류하는 DTC…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입력 2021-03-16 13:35:07 수정 2021-03-16 18:39:56

신중언 경제부 기자
신중언 경제부 기자

정체성도 없고, 성과도 없다.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의 현주소다.

2015년 개관 이후 DTC는 매번 목적지에 닿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당초 대구시의 구상은 DTC가 지역 섬유업체들을 모아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섬유박물관을 함께 운영해, 섬유제품의 수출 거점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1천1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제의 시작은 섬유산업의 부흥을 위해 지은 건물이 지역의 섬유업체로부터 외면받는 아이러니부터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DTC 내 88개의 입주기업 중 섬유·패션 관련 기업은 고작 17개(19.3%)에 불과하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섬유업체들은 주로 서구 이현공단이나 북구 3공단에 밀집해 있는데 굳이 교통이 불편하고 거리도 먼 이시아폴리스에 사무실을 차릴 이유가 없다"며 "입지 조건을 상쇄할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DTC는 개관 전부터 외면을 받아 왔다"고 전했다.

실제 DTC 개관 당시 업체 입주율은 45%에 그치는 등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에 대구시는 당초 섬유업체만 입주가 가능했던 것을 비섬유업체로 확대하고, 임대료도 세 차례에 걸쳐 처음의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공실률을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DTC 운영 정상화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상업시설 임대가 주 수입원으로 설계된 DTC는 2018년쯤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던 대구시의 예상을 깨고 여전히 시의 보조금 지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메말라 버린 돈줄은 결국 섬유박물관마저 제 기능을 상실하게 했다. 박물관 운영을 위해 배정되는 예산은 연간 3억~4억 원 수준으로 한 번 진행하는 데 2억 원이 필요한 특별전‧기획전 등은 엄두를 내기 힘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섬유박물관은 지난 2017년 이후 자체 기획 전시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이전 진행한 기획 전시 횟수도 5회에 불과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섬유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체질 개선이다. 기존 임대료 위주의 수익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DTC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입지 조건 등 물리적인 제약으로 대구 섬유업계의 외면을 받는다면, 온라인 중심지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김광석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DTC를 주축으로 온라인 허브(Hub)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최근 섬유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이 소재에서 완제품 형태의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수요 측정, 제품 디자인, 생산, 마케팅, 판매 등 전반적인 산업 프로세스를 DTC 중심으로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다. 지역의 제직·염색·봉제기업들이 DTC의 온라인 허브에서 협력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DTC는 완제품을 홍보·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거다.

지난주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 대구시에 DTC 위수탁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DTC가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DTC 설립 후 최초로 민간 운영 기관이 바뀌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DTC가 지역 섬유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날을 기다린다.

최신 기사